LG AI연구원이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금융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엑사원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엑사원-BI)를 공급하며 AI 서비스 수익화에 첫발을 내디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이 주도하는 ‘AI 드라이브’가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LG그룹은 LG AI연구원과 LSEG가 지난 19일 엑사원-BI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1일 밝혔다. LSEG는 런던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영국 대표 금융기업이다. LSEG는 엑사원-BI를 활용해 만든 ‘AEFS’(인공지능 기반 주식 전망) 보고서를 전 세계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엑사원-BI는 사람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데이터 분석부터 미래 예측까지 하고, 보고서도 작성한다.
엑사원-BI는 4개의 AI 전문 모델이 협력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AI 저널리스트’는 뉴스, 기업 공시, 거시 지표 등 외부 데이터를 수집한다. ‘AI 경제학자’는 이 데이터를 받아 시장 흐름과 전망을 예측한다. ‘AI 애널리스트’는 종목에 영향을 미칠 핵심 요인과 이상 신호를 포착하고 ‘AI 의사결정자’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비교·분석해 점수를 산출한다.
AI 기반 금융 보고서는 엑사원-BI 전에도 나왔지만 정확도가 낮거나 리포트 요약 등 보조적 수단으로 쓰이는 정도였다. LG AI연구원과 LSEG는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점수 산출 근거의 적절성과 해설 정보의 충실도를 평가하고 AI가 생성한 결과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LSEG가 LG와 손잡은 것은 정보를 단순 가공하는 ‘기계식 AI’로는 투자 정보를 온전히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토드 하트먼 LSEG 데이터 및 피드 그룹 총괄은 “엑사원-BI 도입으로 대형주부터 극소형주까지 넓은 영역의 분석 및 예측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생성형 AI와의 차별점은 분석의 근거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LSEG는 “엑사원은 판단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기 때문에 정보 이용자가 AI의 분석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어떤 식으로 추론하고, 결론을 냈는지를 이용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블랙박스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다.
LG AI연구원은 더 많은 산업 현장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LSEG와의 협력은 LG의 AI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와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라며 “AI 수익 창출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구 회장 지시로 꾸린 AI 전담 조직이다.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초AI’ 개발을 목표로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LG가 됐다”며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