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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뉴프런티어 (21)] 비엔에이치리서치 "원인 단백질 없애고 인지기능 높이고…알츠하이머 정복할 열쇠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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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뉴프런티어 (21)] 비엔에이치리서치 "원인 단백질 없애고 인지기능 높이고…알츠하이머 정복할 열쇠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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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시도한 적 없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되겠습니다."


    정승수 비엔에이치리서치 대표는 최근 경기도 고양시 삼송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올해로 설립 9년차인 비엔에이치리서치는 알츠하이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DS),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이다.

    이 회사의 접근법은 독특하다.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등 치매 원인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여느 제약·바이오텍과는 달리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새로운 바이오마커도 확보했다.


    정 대표는 "15년 넘는 연구 끝에 알츠하이머를 정복할 단서를 발견했다"며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인 'BnH-015B'은 기억과 학습 능력 개선은 물론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동물실험에서 입증됐다"고 했다.
    美서 쌓은 연구성과가 창업 밑천
    안과병원을 운영하는 부친의 가업을 이으려고 연세대 의대에 진학한 정 대표는 본과 1학년 때 인생 항로를 바꿨다. 환자 진료보다는 연구가 더 적성에 맞다는 판단에서였다. 의대 본과를 졸업한 1998년 생리학교실에서 신경과학 연구를 시작했다. 2002년 박사 학위를 받고 군복무를 마친 정 대표는 2005년 연세대 의대 조교수로 임용됐다. 불과 서른 넷의 나이였다.

    정 대표가 당시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통증 이온통로 조절기전이었다. 교수로 임용된지 3년 뒤인 2008년부터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신경장애·뇌졸중연구소(NINDS)에서 리서치 펠로우로 일하면서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비엔에이치리서치의 핵심 기술인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 조절이다. 그는 5년 동안 이곳에서 성인기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 조절 기전 연구을 했다. 정 대표는 "뇌 인지 연구의 대부분이 해마 연구로 이뤄지던 시절이었다"며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은 당시 학계에서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던 분야"라고 했다.


    정 대표가 집요하게 매달렸던 연구는 마침내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2012년 국제학술지 <뉴런>에 논문을 게재하면서다. 그는 해마뿐 아니라 대뇌피질에도 인지 기능 개선의 열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성인기에 비활성되어 있는 시상피질 회로 시냅스 가소성이 특정한 조건에선 재활성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을 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입증해낸 것이다.

    정 대표는 귀국 후에도 관련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2016년 비엔에이치리서치를 창업했다. 연구실 제자였던 김영환 연구소장과 손잡고 비임상CRO(임상시험수탁기관)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물실험을 통해 중추신경계 통증 약물을 스크리닝해주는 게 사업 아이템이었다. 종근당 코오롱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로부터 용역을 수주했다. 하지만 곧 난관에 부닥쳤다. 정 대표는 "국내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 용역을 수주하기가 어려웠던데다 용역 대가도 턱없이 낮았다"고 했다.


    비엔에이치리서치는 2019년 신약 개발사로 거듭났다.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 연구 성과를 토대로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2017년 국가R&D 연구과제 심사에서 탈락했던 것도 신약 개발 의지를 불태우게 한 배경이다. 대뇌피질 가소성 연구가 허무맹랑하다는 일부 심사위원들의 비아냥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는 "본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거도 없이 새로운 실험이나 도전을 폄하하는 관행과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새로운 것에 도전해 성과를 내는 벤처 본연의 자세로 성공 사례를 꼭 일구고 싶다"고 했다.
    대뇌피질에서 시냅스 가소성 비밀 밝혀내다
    시냅스 가소성은 신경세포(뉴런) 간 연결이 학습과 경험에 따라 변화하는 능력으로, 뇌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기억을 형성하는 핵심 과정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해마(hippocampus)가 연구의 중심이 되어 왔다. 해마는 공간기억과 단기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곳의 시냅스 가소성이 높을수록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해마에만 초점을 맞춘 연구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인지 기능 저하를 설명하거나 되돌리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가장 뚜렷하게 손상되는 부위는 기억 형성 초기 단계의 해마뿐 아니라 언어, 주의집중, 의사결정, 사회적 판단 등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이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해마의 가소성을 회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뇌피질의 시냅스 가소성을 재활성화해 전반적인 인지 네트워크를 되살리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 대표가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 연구에 주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뇌피질의 가소성을 조절하는 기술은 알츠하이머 뿐 아니라 뇌 인지 장애 치료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까지 갖고 있다.

    정 대표는 미국 NINDS 근무 시절 쥐의 배럴 콜텍스(barrel cortex)를 모델로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을 연구했다. 배럴 콜텍스는 쥐의 수염 하나하나가 뇌 피질 속 특정한 원통형 구조와 직접 연결돼 있는 독특한 영역으로, 감각 자극이 뇌 회로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관찰하기 좋은 실험 모델이다.


    그동안 신경과학자들은 이 영역을 이용해 ‘임계기(critical period)’라는 개념을 규명해왔다. 임계기는 뇌 발달 과정에서 가소성이 가장 활발한 시기로, 외부 자극이 반드시 주어져야 정상적인 회로가 만들어지는 결정적 시기다. 예를 들어, 아기가 태어난 뒤 수개월 동안 시각 자극을 받지 못하면 시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고, 유년기에 언어 환경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으면 외국어 습득 능력이 제한되는 것도 임계기와 관련이 있다. 임계기를 지나면 뇌의 유연성이 크게 줄어들어 똑같은 자극을 받아도 회로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정 대표의 연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발달기에 수염 자극을 차단하면 배럴 구조가 줄어들거나 재편되는 기존 현상은 물론 성인기의 대뇌피질도 특정 조건에서 여전히 가소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임계기가 지나면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은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은 것이었다.

    정 대표는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는 성과가 있었지만, 떨어진 인지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성인기 대뇌피질의 시냅스 가소성을 다시 열어줄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기능을 근본적으로 되살릴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 완치 열쇠 찾았다"
    지금까지 나온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크게 세 가지다. 도네페질 성분의 콜린분해효소 억제제, 메만틴 성분의 NMDA 수용체 길항제, 항아밀로이드베타제 등이다.

    도네페질과 메만틴은 저분자 화합물이어서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병의 치료 효과는 제한적이다. 도네페질은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 억제를 통해 시냅스 내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여서 단기적으로 인지 기능을 개선시킨다. 하지만 신경세포 손상을 막거나 병의 진행을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메만틴은 시냅스 전달과 학습,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온 채널 수용체인 NMDA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지 않게 하는 약이다. NMDA가 과발현되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시냅스에 축적되고 칼슘의 유입을 촉진해 독성을 일으킨다. 메만틴은 중증 치매 환자의 뇌신경 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병의 진행을 막거나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2023년 허가 받은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은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다. 지난해 승인 받은 도나네맙(제품명 키순라)도 마찬가지다. 둘 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기능 감퇴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증 치매 환자 치료에 쓴다. 하지만 인지기능을 원상회복시키지는 못한다.

    비엔에이치리서치가 찾아낸 타깃은 GluN2B 특이적 NMDA 수용체다. 임계기에 많이 발현된다. 정 대표는 "GluN2B 특이적 NMDA 수용체는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아밀로이드 베타와 염증을 제거하는 효과까지 낸다"며 "알츠하이머 완치에 필요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단일 타깃"이라고 했다.
    "인지기능 되살리고 치매 유발 단백질도 제거"
    비엔에이치리서치의 주력 파이프라인 BnH-015B는 GluN2B 특이적 NMDA 수용체 활성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저분자 화합물이다. 약 55만 개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스크리닝을 통해 발굴했다.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 조절과 병리 단백질 제거라는 이중 기전을 갖고 있다.

    첫 번째 기전은 해마 및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 회복이다. BnH-015B는 신경세포 및 별아교세포에 발현된 GluN2B 서브타입 NMDA 수용체의 활성을 증가시켜 대뇌피질에서 장기강화 (long-term potentiation, LTP) 유사 반응을 촉진한다. 이는 학습 및 기억 형성에 필요한 회로 수준의 시냅스 효율을 높여주는데 결과적으로 인지 기능 개선을 유도한다.

    두 번째 기전은 신경염증 및 병리 단백질 제거와 관련된다. GluN2B 수용체 활성화는 신경세포의 인터루킨-33(IL-33)의 발현과 분비를 촉진한다. IL-33은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ST-2 수용체와 결합해 오스테오폰틴(OPN)의 과발현을 억제한다.

    OPN이 과도하게 발현되면 미세아교세포가 TNF-α와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하는데, IL-33은 이러한 경로를 차단해 항염 작용을 나타낸다. IL-33은 이와 동시에 미세아교세포의 포식작용을 활성화해 아밀로이드 베타와 세포 잔여물의 제거를 촉진한다. IL-33과 ST-2 기전은 OPN 매개 염증 경로 억제와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촉진 효과를 동시에 내는데 이는 시냅스 환경을 개선해 인지 기능이 회복되도록 한다.

    정 대표는 "BnH-015B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을 2배 증가시키는 것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며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와 인지기능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엔에이치리서치는 동물실험에서 BnH-015B가 정상 쥐의 인지기능까지 개선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거친 사포와 부드러운 사포가 불규칙적으로 쥐의 수염에 닿게 한 뒤 거친 사포인 경우 호스에서 물이 나온다는 것을 반복학습시키는 실험을 통해서다. 8개월 된 정상쥐로 실시한 실험에서 BnH-015B를 먹은 쥐의 인지 능력은 먹지 않은 쥐 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정 대표는 “BnH-015B의 핵심 경로로 제시하는 IL-33과 ST-2, 미세아교세포, OPN으로 이어지는 기전은 동물·환자 연구를 통해 근거를 쌓아가고 있다”며 “다만 OPN은 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로 검증해 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뇌에서 IL-33과 OPN 신호를 소분자 약물로 직접 조절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하는 시도는 드물다"며 "비엔에이치리서치는 소분자 기반으로 일관되게 타깃팅하는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임상 2a상서 효능 입증…기술수출도 추진"
    BnH-015B의 임상 1상은 막바지 단계다. 서울대병원에서 건강한 성인 64명을 대상으로 용량별 6개 코호트로 진행했다. 정 대표는 "임상 1상 참여자 중에서 특이한 부작용은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다.

    비엔에이치리서치는 연내 알츠하이머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양대병원 등 5곳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내년 말까지 효능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정 대표는 "임상 2a상 결과가 나오면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벌써 여러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비엔에이치리서치는 알츠하이머 외에도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PTSD 치료제인 BnH201은 2027년초 비임상 독성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혈관성 치매 치료제인 BnH102는 2028년 임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난청 치료제인 BnH103은 내년 연구자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비엔에이치리서치가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액은 191억원이다. 현재 시리즈B 브릿지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직원은 9명이다.

    정 대표는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중추신경계 질환은 건강한 장수 시대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난제"라며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난치병 극복에 앞장 서겠다"고 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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