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조선업계 최대 화두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향방이다. “미국 내 조선소 건설과 인력 양성, 미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에 한국이 힘을 보탠다”는 큰 그림만 나왔을 뿐 투자 재원과 투자처, 투자 방식 등 세부 사항은 나온 게 없어서다. 최근엔 우리 정부가 조성하기로 한 1500억달러 규모 마스가 투자펀드의 성격을 놓고 미국(전액 현금 투자)과 한국(대출 및 보증 포함)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마스가의 미래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늘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핵심 관계자가 총출동한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5’는 마스가 프로젝트에 관한 의문점을 해소하는 자리였다. 마이크를 잡은 장광필 HD한국조선해양 부사장과 최정훈 한화오션 특수선기획담당 상무, 이호기 삼성중공업 상무는 한·미 협력 로드맵의 구체적인 그림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부산·경남 MRO 거점으로
한화오션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국내와 미국에서 투트랙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부산·경남에 MRO 클러스터를 구축해 군함 정비에 집중하고, 미국에선 지난해 말 인수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새 배를 짓는 데 올인한다는 구상이다.최 상무는 “부산·경남에 있는 1000여 개 조선 기자재 업체를 활용해 이 지역을 MRO 특화단지로 만들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매년 11척 정도의 미국 함정에 대한 MRO 수행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업 인프라 시설을 갖춘 부산·경남을 미국 함정 MRO의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필리조선소를 미국 내 최고의 조선소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현재 연 1~1.5척의 선박 건조능력을 연 20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최 상무는 “한화오션의 선박 건조 노하우를 미국에 이식하고 무인화와 스마트 건조 기술도 도입할 것”이라며 “필리조선소 안착을 위해 국내 기자재 업체의 미국 동반 진출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부가 협상 중인 마스가 프로젝트의 투자 방식과 관련해선 “1500억달러 규모 마스가 프로젝트가 펀드 투자 형식이 되면 미국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한국 조선 기업의 미국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조선소 활용할 것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MRO 사업에 해외 조선소를 활용하는 계획을 내놨다. HD현대중공업은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과 맞서기 위해 베트남과 필리핀 등 해외 사업장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장 부사장은 “호위함과 초계함 등 함정 MRO가 가능한 필리핀 수비크조선소를 신(新)MRO 거점으로 키울 것”이라며 “인근에서 블록과 선박용 탱크 등 기자재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유기적인 인력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HD현대중공업과 합병하는 HD현대미포도 마스가 프로젝트에 적극 활용한다. 장 부사장은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가 진행하던 이지스함 등 군함 건조를 HD현대미포와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며 “상선부터 군함까지 HD현대미포의 독(dock·선박건조장) 활용 방안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MRO 전문 조선사인 미국 비거마린그룹과 손잡고 미국 해군 MRO 사업에 뛰어든다. 이 상무는 “양사가 상선과 특수선 공동 건조도 협력하기로 했다”며 “미국 내 선박 건조 인력 양성에도 투자를 많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우섭/전범진/류은혁 기자 du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