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지주회사들은 흔히 지주회사가 보유한 순자산 가치(Net Asset Value· NAV)보다 주가가 크게 할인돼 거래되는 현상이 있다. 이를 통칭해 ‘지주회사 NAV 디스카운트’라고 부르는데, 최근 들어 이러한 할인 요인의 원인과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2025년 6월 대선 이후 출범한 새 정부가 기업지배구조를 개혁하고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지주회사의 주가 흐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 지주회사들의 NAV 디스카운트 발생 원인을 살펴보고, 새 정부의 일반주주 보호 정책 내용과 영향을 정리한 뒤, 올해 주가 움직임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주주 권익 보호가 기업 가치 좌우
지주회사란 사업보다 자회사 지분 보유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이론적으로 상장 지주회사의 기업 가치는 보유 자회사들의 가치 합계와 대체로 일치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주회사 시가총액 합계가 그보다 훨씬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즉, 지주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할인돼 있는 것이다.
국내 대규모 기업집단 내 상장 지주회사들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평균 NAV 디스카운트가 50% 이상까지 높아졌던 구간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큰 폭의 디스카운트가 발생할까. 핵심 이유로는 지배주주(지주회사의 최대주주는 일반적으로 총수일가를 의미)와 일반주주 간의 이해상충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지목된다.
일반적으로 기업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려면 경영진이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배주주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에서는 경영 판단이 때때로 전체 주주보다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특히 지주회사 구조에서는 지배주주가 적은 지분율로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해상충 문제가 두드러진다.
예컨대 국내 지주회사들의 경우 총수일가(동일인 및 특수관계인)가 지주회사 지분 약 45%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쉽게 말해 오너 일가는 절반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며, 나머지 일반주주 55%의 이익과 어긋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일부 지배주주는 주가 상승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동기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감 몰아주기나 그룹 내 부당 거래 등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거나, 아예 주가를 낮게 유지해 향후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최대주주 일가가 의도적으로 기업 가치를 저평가 상태로 두어 지배권 승계 비용(상속세)을 줄이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곤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회사 자산 가치가 높아도 그 열매가 일반주주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결국 시장은 지주회사에 낮은 평가(디스카운트)를 부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지배구조상의 비재무적 리스크가 지주회사 주가를 누르는 요인이 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학계 연구나 해외 사례로도 뒷받침된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하면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추구할 위험이 커져 기업 가치(토빈의 Q·PBR 등 기업 가치 수준을 표현하는 배수 지표)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반대로 영미권처럼 주주 권익 보호가 강한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자산 대비 프리미엄을 받아 높은 가치 평가를 유지한다.
요컨대 한국 지주회사들의 만성적인 NAV 디스카운트 뒤에는 구조적인 지배구조 문제와 주주 권익 보호 미흡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이러한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정부와 기업 모두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충실의무 대상,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

2025년 7월 상법 개정을 통해 회사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명확히 확대했다. 이는 이사가 모든 주주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해야 할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7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월 22일 공포·시행됐는데, 이를 통해 앞으로 이사회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소액주주의 이익도 적극 고려해야 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실제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의 판례 등을 보면, 지배주주가 개입된 합병이나 거래에서 절차와 가격의 공정성을 이사가 입증하지 못하면 충실의무 위반으로 제소당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에 어긋나는 결정을 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큰 국내 기업 환경에서, 이사회 결정이 이전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압력을 가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외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시위원 분리선출에 관한 상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가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표를 집중시켜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투표 제도다. 소수주주들이 표를 모아 이사회에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 현재 선택 사항이지만 앞으로 모든 상장사에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그 외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들은 상장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일정 기간 내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환 원을 했다면 그 주식을 곧바로 없애서 소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해 놓고도 소각하지 않고 금고주(金庫株) 형태로 보관하면서, 필요 시 의결권 확보 수단이나 지배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런 관행은 주식 수 감소에 따른 주주 가치 제고 효과를 반감시키고,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주 의무소각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자본시장과 세제 측면에서 일반주주 권익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제도가 입법 예고돼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도입이 그 하나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고배당 기업의 투자자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를 해주는 방안이다. 이는 개인투자자(특히 고세율 구간)에 배당주 투자 유인을 높여 배당 확대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정부 의지·입법 과정 주시하는 투자자들
또한 상장 주식의 상속·증여세 평가액에 최소 PBR 0.8배를 적용하는 상속세 가치 하한 제도와 관련해 이소영 의원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이는 일부 지배주주가 일부러 주가를 낮게 유지해 상속세를 줄이는 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다. 이 밖에 합병 시 공정가액 평가 의무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신주 배정(모회사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 방지),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 및 의무공개매수제 도입(대주주가 지배권을 매각할 때 일반주주 지분도 공개매수하도록 의무화) 등 다각적인 입법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는 반대 의견도 존재하지만, 정책 발표 후 지수 상승 및 특정 섹터의 주가 상승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그동안 지주회사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구조적 문제가 제도 개선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식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대규모기업집단 내 상장 일반지주회사 34개의 합산 시가총액과, 평균 PBR 배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2025년 4월 4일(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부터 2025년 7월 15일(이사의 충실의무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후 공포되는 구간에서 주가 최고점)까지 시가총액은 55% 상승했으며(동일 기간 코스피 수익률 상회), PBR 배수는 0.6에서 1배까지 상승했다.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가 한껏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7월 말부터 주가 흐름에 변화가 나타났다. 7월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 시장의 우려 요인들이 일부 포함되면서 투자 심리가 흔들린 것이다. 이 세제개편안에는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강화, 정부안 기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국회 의원안보다 일부 내용 변경된 설계), 증권거래세율 인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지주회사 주가 상승을 이끌어 온 일반주주보호 강화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일부 세제 변화가 예고되자, 지주회사 주가에도 조정 압력이 가해졌다. 다만 아직도 지주회사 주가 수준은 연초 대비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향후 입법 과정의 추이를 주시고 있다. 9월 15일 정부가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기존대로 5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주 관여 증가 시 주목할 지주회사는
향후 남은 일반주주 보호 정책들의 입법 가속화 및 세제개편안의 최종 내용 확정 시 지주회사 주가의 재반등 계기가 될 수가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일반주주보호 정책은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 회복 및 기업 가치 재평가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며, 지주회사의 기업 가치 제고에 여전히 주목을 해야 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일반주주 보호 강화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네 가지 지주회사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첫째,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주주로 확대됨에 따라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고, 주주환원율이 낮은 지주회사에 주목해야 한다.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주주로 확대됨에 따라 주주 관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 관여 증가 시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고 주주환원율이 낮았던 지주회사는 향후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다.

둘째, 자사주 의무소각 정책 추진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에 자사주를 많이 보유함과 동시에 재무적 여력과 경영권 안정성을 갖춘 지주회사를 주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지주회사가 부채 비율이 낮고, 순현금을 충분히 보유했다면, 자사주를 단순 현금 비축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상속세 평가 시 PBR 0.8배를 최소 가치로 인정하는 공정가액 하한제 정책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PBR 0.8배 미만인 지주회사 중 수익성이 양호한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수익성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지표를 주목해야 하며, PBR-ROE 관점에서 봤을 때 저평가된 지주회사가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
넷째,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가능성을 고려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음과 동시에 지난 3년 동안 배당성향이 안정적인 지주회사에 주목해야 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시 지배주주 및 일반주주 모두 낮아진 세율을 적용 받기 때문에,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고 안정적인 배당성향을 유지할 수 있는 지주회사가 향후에도 배당성향을 증가시킬 수 있다.
결국, 현재 다양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네 가지 전략을 활용해 전략별로 최선의 지주회사를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건영 KB증권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