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요구하는 제도 존중돼야”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와 관련, “위헌이라고 얘기하던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행정, 입법, 사법 가릴 것 없이 국민의 주권 의지에 종속되는 것”이라며 “국민 시각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제도와 시스템이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 지연, 공정성 등을 문제 삼으며 내란 사건 전담 재판부를 만들자는 여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민주당 의원들이 제안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박찬대 의원안)은 내란 사건의 1심과 2심을 각각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구성된 전담 재판부가 담당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법관 평가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사법 개혁과제를 추렸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사법부가 모든 걸 결정하는 사법국가가 돼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이면서 사법개혁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선 “협치는 해야 하지만 협치는 야합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이 3대 특검법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대신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개정에 협조하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선 “그렇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당위를 어떻게 맞바꾸느냐”며 “민주공화국의 본질적 가치 아니냐. 그것을 어떻게 맞바꾸느냐. 그런 건 타협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검찰개혁 후속은 총리실이
정치권에선 여야의 합의 파기로 대치 정국이 격화한 가운데 정부조직법 개정이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불편하긴 하지만 일을 못하는 건 아니다”며 “정부조직법은 패스트트랙으로 6개월 뒤에, 좀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다.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에는 더 유연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며 이른바 장독론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죄지은 자는 처벌받고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며 “보완 수사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의 비대화를 견제하는 장치로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요구권을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검찰개혁의 후속 입법은 국회가 아니라 총리실 산하 범정부검찰제도개혁추진단이 주도할 계획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당정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는 중수청에, 기소는 공소청에 맡기는 대원칙을 정했다. 보완수사권 폐지,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여부 등 세부 내용은 1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정리해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논리적으로, 아주 치밀하게 전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해련/한재영 기자 haery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