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같은 층에 편법으로 개설한 이른바 ‘층약국’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4년 넘게 이어져 온 소송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문제가 된 약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에게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 환송하면서다.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영등포구보건소를 상대로 제기한 약국 개설 등록 처분 취소 소송에서 소를 각하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2심 판결에 약국 개설 등록 처분에서 제삼자의 원고 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사 A씨가 원고 중 한 명이 운영하는 약국이 있던 건물에 새 약국을 내려고 영등포구보건소에 등록을 신청했고, 보건소는 이를 수리했다. 문제는 이 신규 약국이 A씨가 운영하는 병원 일부를 분할해 같은 층에 만들어진 층약국이었다는 점이다.
해당 건물을 포함해 인근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들은 이 층약국이 약사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냈다. 약사법 20조 5항 3호는 의료기관 내부에 있거나 그 일부를 분할해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한다. 처방을 독점하거나 담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2022년 11월 1심 법원은 문제가 된 약국으로 인해 “원고들 약국의 매출 중 (층약국과 같은 층에 있는) 병원 처방약 판매에 기반한 매출이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층약국 개설이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피하려고 자녀에게 상가 지분을 증여하는 편법을 썼다고 봤다.
그러나 작년 1월 항소심은 원고들에게 원고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약국 개설 전후 원고들이 운영하던 약국의 월별 처방전 수가 큰 변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매출 감소가 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다른 약사에 대한 신규 약국 개설 등록 처분으로 조제 기회를 상실하게 된 기존 약국 개설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며 원고들의 적격성을 인정했다. 약국 개설 등록 처분의 적정성을 다투는 소송에서 인근 약국 약사들의 원고 적격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내놓은 법리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