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300여명이 11일(현지 시간) 미 동부 현지시간 기준 오전 1시 20분(한국 시간 11일 오후 2시 20분)께부터 버스에 탑승을 시작했다.
이들은 수갑 등 구속없이 평상복으로 버스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 남부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구금됐던 이들은 일반 버스 8대에 나눠 타고 대한항공 전세기가 대기하고 있는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지난 4일 미 이민당국의 대대적인 기습 단속으로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지 7일 만이다.
전세기는 현지 시간 11일 정오(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께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출발해 한국시간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할 전망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전세기에는 한국인 316명과 외국 국적자 14명(중국 10명, 일본 3명, 인도네시아 1명) 등 미 이민당국에 구금됐던 총 330명이 탑승할 예정이다. 구금자 중 한국인 1명은 미국 내 잔류를 희망했다.

이들은 애초 지난 10일 새벽 구금시설에서 나와 같은 날 오후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9일 밤 미 정부가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귀국 절차를 중단하면서 일정이 하루 지연됐다.
하루 늦어진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잔류 요청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약 20분 동안 만나 '미국 측 사정'을 들어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숙련된 한국 인력'이 귀국하지 말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현지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불법 체류자 추방을 위해 이뤄진 이번 단속이 미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 근로자, 특히 숙련된 전문 인력을 내쫓는 결과로 이어진 데 대한 당혹감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입장을 알기 위해 귀국 절차를 일단 중단하라'는 입장을 루비오 장관을 통해 전했다. 루비오와 만난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와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루비오 장관도 이를 존중해 일단 귀국하는 쪽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인들이 돌아가지 않고 계속 (미국에 남아) 일하게 해주겠다고 한 건 불이익이 없게 해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우리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결국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은 향후 미국 재입국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미국 측 약속을 받고 하루 가까이 늦어진 11일 오후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