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으로 인한 수주 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형 제약사로부터 1조8000억원 규모의 항체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따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일 공시를 통해 미국 소재 제약사와 12억 9464만 달러(약 1조 8001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2011년 창립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지난 1월 유럽 대형 제약사와 맺은 약 2조원 규모 계약에 이은 초대형 수주다. 계약 기간은 2029년 12월 31일까지다. 고객사 및 제품명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누적 수주 금액 5조2435억원을 기록하며, 8개월 만에 전년도 수주 금액(5조 4035억원)에 육박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창립 이래 누적 수주 총액도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바이오업계에선 미국의 리쇼어링(자국내 생산) 정책과 관세 압박 영향으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미국내 공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려는 수요가 생기는 가운데 나온 미국 제약사 수주여서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26일 이후 3개월 넘도록 의무 공시 대상 수주가 없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생산성과 생산 효율성 면에서 미국내 생산과 한국 생산은 큰 차이가 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로서의 경쟁력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압도적 생산능력과 품질, 다수의 공급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5공장은 1~4공장의 최적 사례를 집약한 18만L 규모 생산공장으로 지난 4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4000L의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품질 경쟁력 측면에서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2025년 9월 기준 총 382건의 제조 승인을 획득했다. 승인 건수는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규제기관 실사 통과율도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톱 20’ 고객사에서 ‘톱 40’까지 주요 고객군을 넓혀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할 계획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