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계열사 비전넥스트의 대표가 교체됐다.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외부 고객사 확보 대신 자체 제품에 특화한 시스템온칩(SoC) 반도체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비전넥스트는 지난 7월 말 모회사인 한화비전에서 개발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상원 전무를 새로운 대표로 선임했다.
이전까지 대표를 맡았던 우정호 씨는 비전넥스트를 떠나 국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기업인 가온칩스의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
우 전 대표는 한화테크윈(현 한화비전)이 2021년 11월에 사내 시스템 반도체 개발부문을 물적분할해서 비전넥스트를 설립할 때부터 대표를 맡았다.
당시 한화가 세계적인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 등 굵직한 회사들을 거쳤던 우 전 대표를 수장으로 스카웃한 것으로 큰 화제가 됐다.
업계에서는 회사 설립 4년 만에 우 대표가 물러나면서 향후 사업 방향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회사의 사업 모델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비전넥스트는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주목받고 있는 AI 전용 칩을 설계하는 회사다.
이들의 주요 매출원은 모회사인 한화비전이었다. 지난 4월 한화비전의 CCTV에 탑재되는 SoC인 ‘와이즈넷9’ 공급에 성공하기도 했다.
비전넥스트는 매출 확대를 위해 모회사와의 거래에서 멈추지 않고 외부 고객사 확보를 지속 추진했다. 2022년에는 LG전자와 차세대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고, 지난해에는 에이아이매틱스와 차량용 온디바이스 AI 카메라 개발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그러나 회사는 4년 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149억 원의 매출과 17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물론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차세대 칩 개발에 대한 의지를 이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회사 내외의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우 전 대표까지 물러나게 되면서, 고객사와의 협력은 축소하고 모회사 주력 제품용 칩 개발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사양의 칩을 개발하려면 최소 수백억 원 단위의 자본과 풍부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회사에서 칩 제품군 확장에 한계를 느끼고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한화비전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양사의 유기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화비전의 개발센터장이 비전넥스트 대표이사를 겸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