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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특허 전쟁'…韓, 10년째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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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특허 전쟁'…韓, 10년째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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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이 시장 선점을 위한 특허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미국 구글 자회사 웨이모가 미국 주요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하고, 테슬라가 중국 현지에서 완전 자율주행(FSD) 테스트에 나서는 등 상용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특허 주도권 경쟁은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반면 한국은 연간 특허 출원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는 등 기술력과 권리 확보에서 글로벌 경쟁력의 ‘이중 부진’ 상태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韓 자율주행 특허, 中·美과 격차
    9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 따르면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자율주행시스템(ADS) 특허는 2017년 이후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DS는 차량의 주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미국이 최대 출원국이었지만, 2020년 이후 중국이 이를 추월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2023년 기준 중국은 509건, 미국은 212건의 관련 특허를 쏟아냈지만 한국은 56건에 그쳤다. 지난해 한국의 출원 건수는 15건으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국내 기업들이 단편적 출원 방식과 공개 시점 지연으로 핵심 자율주행 기술의 ‘특허 공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과가 나와도 개별 기술 단위로만 출원하거나 공개까지 수년이 걸려 글로벌 경쟁에서 실질적 권리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 기업들이 연구 성과를 신속히 특허화하고, 인공지능(AI)·반도체·통신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집중적으로 구축해 기술을 곧바로 시장 진입 장벽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연구 성과와 국제 표준특허 확보를 연계한 체계적 포트폴리오 구축도 미흡해 경쟁사가 시장을 선점하는 사이 권리 확보가 늦어지는 구조적 한계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사이 글로벌 빅테크들은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해 빠르게 공세 중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중국의 대표적인 자율주행 업체 바이두는 한국에서 114건의 자율주행 특허를 등록해 현대차그룹 자회사 포티투닷(85건)을 앞질렀다. 국내 기업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도 전에 중국 업체가 먼저 진입 장벽을 세운 셈이다.


    한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특허 한 장이 기술 상용화의 관문을 가로막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면서 “기술은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권리를 선점하지 못해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 밀리면 협상력도 없다”
    문제는 특허 출원 경쟁에서 한번 밀리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은 특허를 기반으로 ‘경제적 장벽’을 속속 세우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웨이모가 2014년 취득한 ‘US9383753B1’ 특허다. 차량이 주행 중 수집한 센서·지도 데이터를 분석해 경로를 실시간으로 수정하는 핵심 원리를 담고 있어 업계에선 ‘자율주행차의 두뇌’로 불린다.


    웨이모가 이 특허를 기반으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 가운데 이후 바이두·모빌아이 등 글로벌 경쟁사들의 유사 특허 출원은 미국 특허청에서 잇따라 기각됐다. 지금은 웨이모의 특허망을 피해 우회 기술을 개발하거나 사용료를 지급하고 협력 계약을 맺어야만 하는 실정이다.

    특허 장벽은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산업 판도를 흔드는 변수로도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웨이모는 2017년 자사 출신 엔지니어가 기술을 빼돌렸다며 우버를 제소해 약 3000억 원 배상과 개발 축소를 이끌어냈다. 라이다(LiDAR) 기술 기업 벨로다인은 경쟁사 오우스터와의 특허 소송 끝에 합병에 나섰다. ‘특허 한 장’이 글로벌 기업의 운명을 갈라놓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특허 공백을 방치하면 ‘기술은 있는데 권리는 없는 나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표준과 연계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내 자율주행 산업은 완성차와 정보통신 기술력이 있어도 결국 해외 기업의 장벽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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