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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씁쓸한 일본 말차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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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씁쓸한 일본 말차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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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시아 3국이 모두 차를 즐기는 문화를 갖고 있지만 차이도 적지 않다. 차나무의 원산지이자 종주국 격인 중국에서는 이를 ‘다예(茶藝)’라고 한다. 한국은 ‘다례(茶禮)’, 일본은 ‘다도(茶道)’로 명칭부터 다르다. 저마다 예술의 경지, 선비의 수양, 무사의 수행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일본 다도는 녹차를 갈아 분말 형태로 만든 말차(抹茶)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중과 다르다. 일반 녹차와는 달리 수확 2~3주 전부터 햇빛을 차단해 그늘에서 재배한 뒤 찻잎을 따서 가루로 만든 게 말차다. 쓴맛은 줄이고 감칠맛을 높여주는 과정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는 센노 리큐라는 다도 선생이 있었다. 일본 다도의 시조로 승려이자 정치 자문이기도 했다. 나중에 도요토미에게 할복을 명령받고 자결했는데 “딸을 측실로 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탓” “조선 출병을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여러 설(說)이 있다. 전국 통일 후 토사구팽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황금 다실을 만들고 다회를 자주 연 도요토미에게는 다이묘, 무장들과 차를 마시는 것도 정치 행위였다. 당시 다실의 입구는 매우 좁았는데, 무장들이 칼을 밖에 놓고 들어오게 하려는 의도였다. 센노 리큐가 신약성서의 ‘좁은 문으로 들어오라’는 구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설도 있다.


    일본 말차가 세계적인 수요 증가로 품귀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스타벅스 등의 음료부터 아이스크림, 도넛까지 말차를 활용하는 제품이 늘어난 덕분이다. 가루 형태라 간편하고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대부분 말차인 일본 녹차 수출액은 지난해(364억엔)에 이어 올해(465억엔)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한국 녹차 수출액의 20배가 넘는다.

    일본 말차의 주요 산지는 교토부, 아이치현, 시즈오카현 등이다. 지역별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며 성장한 재배 농가들이 일본 말차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들은 스스로 높은 품질 기준을 세우고 노하우를 축적해 가며 세계 시장에 명품 이미지를 심어왔다. 반면 보호와 규제라는 이중 울타리 탓에 영세농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녹차는 마냥 제자리걸음 중이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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