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들어가는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처음으로 따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 국면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ESS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실현한 것이다.
SK온은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발표했다.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둔 플랫아이언은 2021년 설립된 ESS 전문 개발사로, 북미 지역에서 부지 확보부터 설계·시공·운영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SK온은 내년부터 플랫아이언의 매사추세츠주 프로젝트에 LFP 배터리가 들어간 컨테이너형 ESS 제품을 공급한다.
SK온은 이번 계약 과정에서 플랫아이언이 2030년까지 추진하는 6.2GWh 규모 프로젝트의 ‘우선 협상권’도 확보했다. 협의에 성공하면 플랫아이언에만 공급하는 ESS는 최대 7.2GWh로 늘어날 수 있다. ESS 1GWh당 수주액이 약 3000억원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SK온은 플랫아이언에서 최대 2조원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SK온은 미국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ESS용 배터리를 수주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여왔다. 지난해 12월 연구개발(R&D) 및 영업 부서에 팀 단위로 흩어져 있던 인력을 모아 ESS 사업실을 꾸린 뒤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한 게 시작이었다. 내년부터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와 켄터키주 블루오벌SK 등이 139GWh 규모로 공장을 가동할 미국 시장에 특히 올인했다. 이를 위해 SK배터리아메리카의 전기차 배터리 전용 생산라인 일부를 ESS 전용 라인으로 개조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ESS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적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모듈 단위 설계로 고객 맞춤형 용량 구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인접 모듈 간 열 확산을 막는 솔루션 등을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하면서 시장을 공략해왔다. 이런 노력이 첫 결실을 맺은 것이다. SK온은 연말 국내 장주기 ESS 프로젝트에 대응하기 위해 LFP 배터리의 국내 생산 계획도 마련 중이다.
최대진 SK온 ESS사업실장(부사장)은 “이번 계약은 배터리 기술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현지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북미 ESS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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