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당시 피해를 본 기업들이 국세청의 약속과 달리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 세무조사 중지 등 세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선 세무서는 조사를 그대로 진행한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국세청 정기 세무조사 대상으로 지정된 티메프 피해 기업은 85곳이었다. 이 중 23곳에선 조사 유예·중지 없이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올해 조사까지 반영하면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은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티메프 사태는 지난해 7월 발생했다. e커머스 플랫폼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 판매자에게 대금 정산을 해주지 못하며 사태가 시작됐다. 당시 추산된 미정산금 규모는 1조2000억원이다. 당시 피해 업체들이 일순간 줄도산 위기에 빠졌다. 사태가 커지자 정부는 범부처 합동으로 저리 대출 등 대책을 꺼내 들었다. 국세청도 피해 업체의 세무조사를 유예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선 세무서에선 본청의 방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피해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업체 측이 티메프 피해 기업이라고 밝혔는데도 세무서가 조사를 나왔다”며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앉은 것도 억울한데 세무서가 피해 업체의 경영난을 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상당수 업체는 유예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각 지방청의 세무조사 통보 서류에는 ‘국세기본법에 따라 연기 신청이 가능하다’는 안내만 적시됐고, 티메프 사태 피해 기업이 유예 대상이라는 사실은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 유예는 업체 측의 신청에 따라 이뤄지는데 각자 판단에 따라 조사를 예정대로 받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또 “그간 티메프 피해 기업에 세무조사 연기 제도를 충분히 설명해 왔다”며 “앞으로 더욱 세심히 챙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세기본법 개정으로 피해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 연기 사유는 화재나 그 밖의 재해, 질병 등에 국한된다. 박 의원은 “일선 세무서가 이 같은 사례에서 세무조사 유예 신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국세기본법상 연기 사유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 기업이 제도를 모르는 일도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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