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이 지난 7월 치른 참의원 선거 참패는 ‘현금 살포’ 공약 때문이라는 내용의 선거 분석 보고서를 그제 발표했다. 물가 상승 대책으로 1인당 2만엔씩 주겠다는 공약이 국민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민당의 자기반성은 선거철이면 현금 살포 유혹에 빠지는 우리 정치권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자민당은 선거를 3개월 앞둔 4월 현금 지급 공약을 잠시 검토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밀려 논의를 접었다. 당시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전 국민 현금 지급과 관련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6%에 달했다. 하지만 선거를 한 달여 남겨두고선 야당의 ‘소비세 감세’ 공약에 맞서기 위해 현금 지급 공약을 또다시 꺼내 들었다. 그럼에도 여론은 돌아서지 않았고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은 결국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했다. 물가 급등에 가계 부담이 커지긴 했지만 임시방편적인 ‘돈 뿌리기’ 공약에 대해 일본 유권자들이 냉철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국도 선거철이면 ‘전 국민 지원금’ ‘무상 시리즈’ 같은 선심성 공약이 넘쳐난다. 지난 대선 때도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25만원’ 소비쿠폰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정권교체 여론이 워낙 강해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 재정 건전성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내년 728조원에 이르는 역대급 확장 재정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은 51.6%로 치솟을 전망이다. 국채 이자 비용으로만 36조원을 지급해야 한다.
표심을 노린 현금성 공약이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것을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정치권이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해 현금 살포 공약을 남발한다면 결국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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