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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모·카바코스, 파가니니·시벨리우스 우승자들의 불꽃튀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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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모·카바코스, 파가니니·시벨리우스 우승자들의 불꽃튀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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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막바지, 단돈 1만 5000원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두 명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 있었다. 롯데문화재단이 지난달 31일 마련한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 체임버 콘서트 III' 무대다. 세계 정상급 연주자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이끄는 아폴론 앙상블이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한데 모아 선보였고, 한국의 대표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협연자로 나섰다.


    카바코스와 양인모의 듀오 무대는 공연 전부터 화제였다. 단순한 협연이 아니라, 파가니니와 시벨리우스 콩쿠르를 모두 제패한 공통의 이력을 가진 두 연주자가 나란히 서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카바코스는 1985년 시벨리우스, 1988년 파가니니에서 우승했고, 양인모는 2015년 파가니니, 2022년 시벨리우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30여 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길을 걸어온 두 바이올리니스트가 바흐의 무대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를 연주했다. 카바코스가 제1바이올린을, 양인모가 제2바이올린을 맡았다. 1악장의 휘몰아치는 속주에서 카바코스의 강렬한 직선적 톤과 양인모의 세련된 해석이 맞부딪히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경쟁인 듯 대등하게, 서로 다른 음색을 보여주면서도 결국은 조화로운 선율을 빚었다. 2악장에서는 양인모의 강점인 섬세한 표현력이 무대를 채웠고, 카바코스는 여유로운 변주와 카리스마로 응답했다.


    3악장에선 둘의 불꽃 튀는 속주와 파워의 경쟁이 이어졌고, 다른 곡에서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던 카바코스는 격정적으로 몸을 흔들며 폭발적인 연주를 펼쳤다. 양인모 역시 이에 못지않은 에너지로 응수하며, 두 사람은 무대를 압도했다.

    연주가 끝난 뒤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손을 맞잡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음악가로 서로를 향한 존경과 교감이 객석에도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양인모는 앞서 “어릴 적부터 존경해온 카바코스와 같은 무대에 서게 돼 벅차다”며 “가까이에서 들은 그의 소리는 녹음이나 객석에서 듣던 것과 달랐다. 거친 소리까지 포함된 진짜 카바코스의 소리를 경험하며 표현의 지평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선 카바코스와 아폴론 앙상블의 오랜 시간 맞춰온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1부에서는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a단조, 2번 E장조를 연주했다. 카바코스는 솔리스트이자 리더로 중심을 잡았고, 앙상블은 치밀한 호흡으로 다채로운 색채를 보여줬다. 특히 곡의 시작을 여는 하프시코드의 즉흥 연주나 연주자 전원이 하프시코디스트를 바라보며 집중하는 장면은 이 공연에 특색을 더했다.

    후반부에는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의 재구성 버전 두 곡을 연주했다. 원래 악보 원본이 사라진 뒤 하프시코드 협주곡으로 편곡된 걸 재구성한 바이올린 협주곡 g단조, 마찬가지로 하프시코드 협주곡 원형에서 비롯된 d단조를 선보였다. 두 곡에서 카바코스의 속주와 앙상블의 호흡은 절정을 이뤘고, 공연이 끝나자 청중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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