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국내 50대 그룹 오너 일가의 자산가치가 33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2일 리더스인덱스가 50대 그룹 오너 일가 중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623명의 자산가치 증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총자산은 올해 초 대비 32조9391억원 증가한 144조4857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한 삼성 일가의 계열사 보유주 주가 상승이 전체 증가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조사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모두 포함했다.
자산 증가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지난해 11조9099억원에서 올 상반기 4조7167억원 늘어 약 16조6267억원을 기록했다. 보유 상장사 6곳(물산·생명·전자·SDS·E&A·화재)의 주가 상승이 주된 요인이다. 특히 삼성물산 주가가 올 초 대비 48% 넘게 뛰며 이 회장이 보유한 19.9% 지분 가치를 약 1조8465억원 끌어올렸다. 또 삼성전자(1.5% 보유)로 1조 5895억원, 삼성생명(10.4% 보유)으로 1조774억원이 각각 늘어났다.
삼성가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4조7950억원에서 6조7394억원으로 증가액 3위에 이름을 올렸고, 이들의 모친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도 5조4466억원에서 7조1448억원으로 5위,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4조1694억원에서 5조7559억원6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상반기 동안 총 10조446억원의 자산이 증가했다.
개인 자산 증가 2위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다. 자산은 1조9873억원 불어나 총 2조9964억원을 기록했다.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 이후 지분 증여와 계열분리 과정에서 형제간 지분 맞교환과 효성중공업 주가 급등으로 자산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4위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름이 올랐다. 정 회장의 상반기 자산은 1조8348억원 늘어 총 5조5780억원이 됐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무상증자 효과로 보유 지분 20%의 가치가 두 배 이상 뛰며 1조7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현대오토에버, 현대차 주가 상승도 자산 확대에 기여했다.
7위는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의 아들 정가현 시노코페트로케미컬 이사로, 자산이 1조5392억원이 증가해 총 2조5335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HD현대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자산이 1조821억 증가해 총 2조 8807억원으로 증가액 기준 8위에 올랐다.
9위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으로 상반기에만 자산이 1조697억 증가해 총 4조8497억원이 됐다. 박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3곳(미래에셋캐피탈·자산운용·컨설팅)의 가치가 일제히 급등한 덕분이다. 상위 10위권 가운데 창업자 출신 오너는 박 회장이 유일하다.
10위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었다. 9852억원 증가해 총 1조 7946억원이었다. 부친 김승연 회장의 증여 등으로 (주)한화 지분율이 4.64%에서 8.65%로 확대돼 5315억원이 증가한 데다, 방산·조선 계열사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4배 가까이 뛴 게 반영됐다.
한화가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도 총 자산이 3968억원에서 9476억원으로 15위를 차지했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도 3926억원에서 9117억원으로 16위에 오르는 등 증여 효과와 계열 분리 등으로 나란히 자산 증가 20위권에 들었다.
이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조7163억원에서 2조6904억원으로 늘었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도 4조3604억원에서 5조1645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조2422억원에서 2조164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4조6037억원에서 5조3039억원 등이 자산 증가액 기준 11위부터 14위까지 올랐다.
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3485억원으로 7507억원으로 17위, 최기원 SK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6401억원에서 1조47억원으로 18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1조1292억원이 1조4481억원으로 19위,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3681억원에서 6636억원으로 20위에 오르는 등 수천억대 자산을 불리며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자산이 크게 줄어든 이들도 있었다. 감소액이 가장 큰 인물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으로, 보유 지분(33.8%) 평가액이 25.2%에 해당하는 8301억원 떨어지며 3조2980억원에서 2조4680억원이 됐다. 누나 신경애씨의 경우 지분 1.4%를 전량 매각해 1381억원이 감소, 현재 보유주식 자산은 0원으로 집계됐다.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 회장의 부인 유정현 엔엑스씨(NXC) 의장 자산도 2000억원 이상 줄어 2351억원을 기록했다. 엔엑스씨 보유분 일부 매각과 함께 주당 순자산가치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며 감소 폭을 키웠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은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자산이 2022억원 감소해 총 2조54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 중흥토건 가치가 1946억원가량 줄었고 중흥에스클래스는 70억원, 중흥설산업은 27억원 줄어들며 평가액이 하락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비상장사 부영과 동광주택산업의 가치 하락으로 965억원 감소해 총 1조6329억원이 됐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당사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은 각각 759억원, 391억원이 줄어 자산 총평가액이 3271억원, 7233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