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의 샤오미 전기자동차 제조 공장인 EV팩토리에서는 하루 1000대의 전기차가 쏟아져 나온다. 2023년 8월 완공된 공장에선 지난 15개월간 30만 대가 출고됐다. 니오, 니오토, 엑스펑 등 중국의 주요 전기차 회사가 연간 5만~10만 대를 생산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샤오미는 2021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3종(SU7, SU7울트라, YU7)의 전기차를 선보였고, SU7은 지난 4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1위에 올랐다. 글로벌 3위 스마트폰 기업인 샤오미가 세계 전기차업계의 샛별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샤오미가 이처럼 빠르게 자동차 시장에 안착한 것은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공정 덕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공장에서는 도어 등 부품 조립 공정을 사람이 맡아 하는 것과 달리 산업용 로봇을 통해 모두 자동화했다.지난달 28일 샤오미 EV팩토리에 들어섰을 때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산업용 로봇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동 로봇이 각종 부품을 공정에 맞는 선반으로 옮기면 팔이 달린 로봇이 차 내부 부품을 조립했다.
차체 공정에서는 자율이동로봇(AMR) 181대가 작업장 내에서 생산 라인별 상황에 따라 경로를 실시간으로 조정했다. 비전 로봇 41대가 대형 부품을 자동 조립하면 정밀 조립 로봇 269대가 추가 투입돼 나머지 작업을 마무리했다.
탄징훙 샤오미 매니저는 “전기차산업에 뛰어들 때부터 자동화 공정이 사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봤다”며 “제조를 외부에 맡긴 스마트폰사업 전략과 달리 전기차사업에선 직접 제조를 하는 승부수를 띄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체 공정에만 로봇 700대 이상이 투입됐고, 전체 자동화율이 91%에 이른다”고 말했다. 사람이 하는 일은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수준으로, 6단계에 이르는 제조 공정 대부분을 로봇이 맡아 공장 내부에선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일부 공정은 기가팩토리로 유명한 테슬라보다 나았다. 특수 알루미늄 합금을 초대형 다이캐스팅 기계에 넣어 차체를 찍어내는 하이퍼캐스팅은 생산 속도가 빠르고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얼마나 큰 힘으로 고정하는지가 관건이다. 샤오미가 개발한 ‘하이퍼다이캐스팅 T9100’은 9100t까지 힘을 가하는데, 이 방식을 처음 도입해 주목받은 테슬라의 하이퍼캐스팅(6100t)보다 세다. 이렇게 차량 부품이 완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초가 채 안 되고, 기존 방식보다 17% 더 큰 일체형 부품을 만들 수 있다.
차량 도어, 앞·뒤 펜더 등 차체 패널을 제조하는 프레스 공정도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로봇이 알아서 차체를 움직여 4초에 최대 두 개의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완성된 부품의 최종 검증은 인공지능(AI)이 책임진다. 엑스레이 검사실에 부품을 넣으면 9대의 로봇이 84초에 28장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AI가 합격 여부를 1초 안에 판정한다. 샤오미는 이 같은 자동화 공정을 통해 올해 35만 대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탄징훙 매니저는 “‘전(全) 공정 자동화’가 최종 목표”라며 “2027년까지 모든 생산 과정을 실시간 감지·분석·보정하는 공정 지능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