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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이 그려낸 서울…국제분쟁의 허브가 될 수 있을까? [김갑유의 중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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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이 그려낸 서울…국제분쟁의 허브가 될 수 있을까? [김갑유의 중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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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지난달 25일 싱가포르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국제중재에서 왜 서울이 중요한가'라는 제목의 국제 행사였다. 대한상사중재원(KCAB)의 국제중재 부문인 KCAB 국제중재센터와 국제중재실무회(KOCIA)라는 국제중재 전문가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이 행사는 서울이 지금까지 국제중재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서울이 국제분쟁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분쟁 장소를 정하기까지
    서울은 정말 국제분쟁의 허브가 될 수 있을까. 국제거래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계약 체결 시, 분쟁 발생 시 어느 나라에서 어떤 법률에 따라 해결할지를 미리 정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국 법원에서 자국 법률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길 원하지만, 거래 상대방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서로 자국 법원과 법률을 고집하다 보면, 절충안으로 중립적인 제3국에서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비슷하게 적용 법률 역시 중립국가의 법률이 선택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과 중국 기업 간 거래에서, 제3국인 싱가포르 법원에서 싱가포르 법률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하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은 법원 소송 대신 중립적인 개인이 판단을 내리는 국제중재 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때 중재가 어느 나라, 어떤 도시에서 진행될지를 계약에 미리 명시하는데, 보통은 중립국이 중재지로 선택된다. 우리나라 기업도 외국 기업과의 거래에서 싱가포르, 영국, 스위스 등을 중재지로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중재 허브' 조건에 부합하는 서울
    중재지가 제3국으로 선택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첫째, 법률 제도가 잘 정비돼 있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나라를 선택하는 것이므로, 국제 기준에 맞는 법률 체계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조약에 가입한 상태여야 한다. 가령, 외국 중재 판정의 집행을 보장하는 유엔 협약으로 '뉴욕협약'에 가입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국가는 기업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둘째, 그 나라 법원이 외국 기업을 공평하게 대우하고, 법원 절차가 예측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그 국가나 도시가 국제중재나 국제분쟁을 진행하기에 충분한 인적 자원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장소가 국제분쟁을 하기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이 네가지 기준을 서울에 적용해 보자. 우선 우리나라는 1973년 뉴욕협약에 가입했고 중재법도 국제적 기준인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모델법을 일본보다 5년전 먼저 도입했다. 중재산업진흥법까지 제정한 상태다. 또 우리나라 법원은 뉴욕협약을 충실하게 집행해 왔고 중재 관련 선진적인 판례를 축적해 왔다.


    국제중재 전문인력과 인프라도 경쟁력이 있다. 앞선 싱가포르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지난 30여 년간 한국이 아시아 어떤 나라보다 풍부한 국제중재 인력과 인프라를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세미나에서는 서울이 외국인들이 방문하기 편리하고, 머무르기에 안전하며, 아시아 지역 중 가장 쾌적하다는 점에도 공감대를 얻었다.
    '케데헌'이 남긴 교훈... "우리 스스로 저평가"
    그렇다면 서울은 왜 아직 국제분쟁의 허브로 자리잡지 못했을까.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코멘트가 나왔다. 외국인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정작 한국 기업들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 스스로가 서울이 국제분쟁의 허브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전세계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떠올려 보자. 소위 '케데헌'은 전세계에 동시에 공개돼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노래는 물론 서울의 여러 장소와 한국의 소품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는 케데헌이 소개한 우리 모습을 보고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만일, 케데헌이 국내에서 먼저 공개됐다면 어땠을까. 첫 장면의 무당 의상과 도구가 걸그룹으로 묘사되는 점에 비판이 나왔을 수도 있다. 사자보이스가 입고 나오는 저승사자 복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케데헌은 이런 논란이 국내에서 생기기 이전에 이미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 성공을 목격한 우리는 논란을 제기할 생각을 스스로 거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세계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중견국임에도, 우리 스스로를 '작은 나라'라고 여겨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은 오히려 국제분쟁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큰 강점이 된다. 유럽의 스위스가 분쟁 해결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도 단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는데 집중하기보다 장점에 주목하고 일단 발을 내딛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이 국제분쟁의 중재지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기업들이 서울을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법률 시장 확대는 물론 관광, 서비스업 등 여러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이 국제분쟁의 허브로 적합하다는 점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그에 걸맞은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보강해 나가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국제중재센터의 기능을 확대·개선하고, 영어와 통역 서비스, 속기 및 전자문서 시스템 등 중재 업무에 필수적인 기반 서비스를 정비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후, 세계 곳곳의 기업들이 분쟁 해결을 위해 서울을 먼저 찾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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