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D현대는 한국서 美 선박 건조
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으로 마스가 프로젝트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함정을 건조할 독을 최대 4개 확보한 만큼 군함 건조 능력과 인적 역량 등에서 국내 최고인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함정 건조에 본격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HD현대중공업이 HD현대그룹에서 유일하게 군함 건조 라이선스를 보유한 것도 합병에 영향을 미쳤다.
HD현대미포는 이미 수주한 중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모두 건조하면 방위산업 및 마스가 협력 중심 조선소로 변신한다. 2개 독은 함정 건조에, 나머지 2개는 상선 건조에 투입된다. HD현대 관계자는 “미국이 전시에 쓰이는 상선 수송망인 전략상선단을 늘리는 과정에서 HD현대미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가 발의한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60척 수준인 전략상선단을 10년 안에 250척으로 늘릴 예정이다.HD현대그룹은 일단 모든 해외 함정을 대상으로 수주에 나설 계획이지만 최종 목표는 미국이다. 마스가 프로젝트에 따라 함정 건조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에 따라 군함의 해외 건조 및 수리를 금지하지만, 국가 안보 관련 긴급 상황이거나 기술적 이유가 있을 때 대통령이 예외 조항을 발동할 수 있다. 업계에선 한·미 정부가 협의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 한화는 美 현지 건조에 역량 집중
한화는 미국 현지 건조 역량을 확충하는 데 ‘올인’한다. 미국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자해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을 현재 1~1.5척 수준에서 20척으로 확대한다. 투자금은 필리조선소의 추가 독 및 안벽 확보, 생산기지 신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일반 상선으로 시작해 함정 건조와 MRO 사업에도 뛰어든다.투자금은 대부분 한·미 관세협상을 계기로 마련된 조선업 협력펀드(1500억달러)에서 나온다. 펀드에는 산업은행과 정부, 기업 등이 참여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필리조선소의 성공 여부가 마스가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미국 내 직접 생산’을 택한 필리조선소가 성공하면 제2, 제3의 필리조선소가 나올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높은 생산비와 부실한 밸류체인, 숙련공 인력난을 극복하고 선박 건조에 성공하면 미국 조선시장의 주도권을 한화가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해운 계열사인 한화해운(한화쉬핑)을 통해 필리조선소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한화해운은 이날 필리조선소에 중형유조선(MR탱커) 10척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발주했다. 사업 초기 단계인 필리조선소에 일감을 붙여줘 건조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에서다. 중형 유조선은 필리조선소에서 전 과정을 건조하고, 이보다 규모가 큰 LNG 운반선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만든 선박 블록을 미국으로 가져가 조립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김우섭/안시욱 기자 du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