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7일 15: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앙그룹 소속 드라마·컨텐츠 제작사인 SLL중앙이 재무적투자자(FI)인 프랙시스캐피탈과 중국 텐센트에서 투자받은 4000억을 갚기 위해 새 투자자 물색에 돌입했다. 중앙그룹은 SLL중앙의 상장을 통한 상환을 추진했지만 잇따라 무산되며 이미 만기연장 카드도 모두 소진했다. 내년 3월까지 상장에 실패하면 FI들에게 보장하기로 한 보장수익률이 대폭 상승하다보니 새로운 투자자 물색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LL중앙은 2021년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로 투자받은 4000억원을 차환하기 위한 투자자 물색에 돌입했다. 국내 증권사와 PEF 등 다수의 후보들을 접촉하며 조건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PEF 운용사인 프랙시스캐피탈과 중국 텐센트는 2021년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을 투자해 SLL중앙 지분 18.36%와 10.11%를 확보했다. 양측은 SLL중앙을 2024년 3월까지 3년내 상장하고, 각각 1년씩 두차례 만기 연장이 가능하도록 주주간계약을 맺었다. 이에 실패하면 중앙그룹이 원금에 연 2.9%의 이자를 덧붙여 투자금을 되돌려주거나 FI 주도로 경영권 매각에 나설 수 있는 주주간계약도 맺었다.
SLL중앙은 '재벌집 막내아들', '범죄도시' 시리즈, '흑백요리사' 등 다수의 히트작을 내놓았지만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간 300억원에서 600억원에 달하는 적자에 허덕였다. 공격적인 M&A로 인한 차입 부담과 제작비 상승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초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 절차를 밟았지만 업황 악화로 완주에 실패했다. 올해 3월까지도 상장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약속받은 2년의 만기 연장카드를 소진한 상황이다. 내년 3월까지도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FI 주도로 강제 경영권 매각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FI들은 중앙그룹으로부터 명시적인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부여받진 않았지만, IPO 기한을 어길경우 FI 주도로 이사회 구성을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 및 컨텐츠사들의 투심 회복이 지연되면서 내년 3월 상장도 불확실해지자 중앙그룹은 불똥이 떨어졌다. 기존 FI에 추가 만기 연장 요청을 요구하고 있지만 투자 회수가 늦춰지는 FI 입장에선 중앙 측이 새로운 계약조건을 제시해야 합의가 가능하다는 요구를 내걸고 있다. FI 측은 연 2.9% 보장수익률을 추가 연장시 연 8~9%대까지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그룹 입장에선 내년 3월까지 IPO에 실패하면 이자 부담이 막대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차환자금 수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투자자 확보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FI 입장에서도 과도한 보장 수익률 등 중앙 측을 압박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 투자자를 구해 투자금을 2.9%의 수익률로 갚는다면 PEF 입장에선 원금은 건지더라도 실패한 투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양측이 1년 더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