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7일 14: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인터로조의 최대주주인 노시철 회장이 지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추진한다. 통상 할인 매각이 이뤄지는 블록딜과 달리, 시가 대비 두 배 가까운 프리미엄을 책정하고 ‘언아웃’ 조항까지 붙으면서 단순 지분 유동화 이상의 배경이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노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9월 12일부터 10월 10일까지 196만주(지분 약 16%)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할 계획이라고 이달 중순 공시했다.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은 33.67%에서 17.79%로 낮아진다. 노 회장 지분은 26.85%에서 17.69%로 줄어들지만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예정 매각 규모는 686억원이며, 단가는 주당 3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공시에는 “최종 처분 단가는 거래 종료 1년 뒤 확정된다”고 명시돼 있다. 향후 실적이나 성과에 따라 일부를 추가 지급하는 조건부로 지급하는 구조다. 현재 주가가 1만8000원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아웃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으로 높은 가격이다. 블록딜은 보통 시가 대비 5~10% 할인하는 게 관행인데 오히려 프리미엄을 받아 두 배 수준에 팔겠다는 것이다.
거래 목적은 ‘유동성 확보 및 채무 상환’으로 명시됐다. 시장에선 언아웃 조건을 붙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언아웃은 회사의 실적과 성장성에 장기적으로 베팅할 수 있는 투자자와 맺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 매수자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관이 아닌 중장기 경영권까지 염두에 둔 장기 투자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M&A로 이어질 수 있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인터로조는 국내 대표 콘택트렌즈 제조사로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1158억원, 영업이익 5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져 상반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인터로조는 노 회장과 특관인 지분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가격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은데다 거래정지와 감사의견 거절 등 회계 이슈가 겹치며 인수는 무산됐다. 이번엔 블록딜 방식으로 유동화 계획을 꺼내든 점에서 매각 전략을 유동화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M&A를 진행할 경우 현재 프리미엄이 붙은 블록딜 가격은 시장에 ‘레퍼런스 밸류’를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미 투자자가 이 가격을 인정했다’는 명분을 쓸 수 있어 몸값 측정에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