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우려를 연이어 제기했다. 정 장관은 '기소와 수사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민주당이 제시한 구체적 방안들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실질적 우려를 제기하며 사실상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당정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장관은 이날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은)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국가수사위원회를 통해서 하겠다는 것이냐"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 점이 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어 "현재 민주당 법안에 의하면 국가수사위원회가 국무총리에게 보고하게 돼 있고, 그 밑에 중수청 뿐만 아니라 경찰 국가수사본부까지 다 관할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중수청 설치 방안에서도 민주당 안과 거리를 두었다.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 및 국정기획위원회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를 관장하는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정 의원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둬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직접 묻자, 정 장관은 "명확한 입장은 없고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양쪽 입장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는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설치한다는 당론을 정한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중립'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로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서 보완 수사 권한을 무력화한다면 수사 단계의 오류를 시정할 길이 사라지고 부실 수사, 부당 기소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자, 정 장관은 "제도적 보완 장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동의했다.
중수청이 검찰의 특수수사 역량을 제대로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질의에는 "자본시장 교란 범죄, 금융·주가조작·조세 관련 사건들은 굉장히 난도가 높고 고도의 수사기법이 필요하며 법률적 쟁점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역량들을 중수청에 이어질 수 있게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기존 법안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능을 경찰을 중심으로 중수청을 설립한다는 안 아니냐"고 지적하자, 정 장관은 "법안을 제출하신 분들은 검찰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이전하지 않겠냐고 말씀하고 계신다"며 애매하게 답했다. 정 의원이 "그건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재반박하자 정 장관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현재 민주당과 법무부가 검찰개혁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단계에 들어갔느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 의원이 다시 "9월 25일 이전에 정부조직법을 개정한다는 그 원칙만 합의가 된 것이냐"고 재확인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아직 구체적 협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조바심에 디테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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