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가 대민서비스를 지능화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민간 주도형 인공지능(AI) 민원서비스'가 민간 기업의 불참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행정안전부는 이후 사업 방향을 공공 주도형으로 바꿨지만 부처간 칸막이 탓에 데이터를 원할하게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불참 알고도 예산 편성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5일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행안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주도한 초거대 AI기반 민원상담시스템의 사업 예산 4억8400억원 중 85%인 4억1000만원이 불용처리됐다. 공공 데이터를 가공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민간 기업이 나서지 않으면서 계획이 사실상 좌초되면서다.
초거대 AI 서비스는 정부가 민원상담 관련 음성데이터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텍스트 형태로 변환해 이를 민간기업에 개방하는 방식으로 검토됐다. 이를 토대로 민간기업이 민원상담에 특화한 챗봇을 개발토록 지원하고, 정부가 해당 서비스를 구독하는 계획이었다.
정부가 민간주도형 사업방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예산을 과도하게 편성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SKT와 KT가 2023년 5월에 불참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같은해 8월 2024년도 사업 예산으로 4억8400만원을 편성했다. 사업 연구용역비 정도만 반영했던 직전 연도(7700만원)와 달리 실제 사업 개발비용을 예산안에 반영했다. 네이버와 클레이온도 두달 뒤인 10월 불참 의사를 밝혔다. 모두 '수익성 저조'를 이유로 들었다.
○데이터 확보 관련 협의도 지연

LLM모델 구축에 필수인 데이터 확보에도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 추진 속도는 더 늦춰졌다. 행안부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국민신문고 원천데이터를 활용하게 해달라고 협의를 시작한 건 2023년 6월이다. 당시 권익위는 데이터 주체는 각 정부 기관이어서 정보 제공이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텍스트 대신 권익위의 110콜센터 상담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협의를 시작한 건 2023년 10월이었는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데이터를 최종적으로 확보한 건 올 2월이었다.
민간 주도형 방식에서 정부가 직접 사업을 발주하는 방식으로 바꾼 점에 대해서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올해 권익위와 세종시로부터 콜센터의 음성 데이터를 각 3만 건과 15만 건씩 확보했으며, 지난 4월 질의응답 형식의 학습데이터로 변환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위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민간주도형 초거대 AI 민원상담 서비스'는 정작 민간이 외면해 예산 85%를 집행 못 한 채 이월된 대표적 졸속 행정"이라며 "지난해 말 LLM 데이터 생성모델 개발로 사업을 변경했지만, AI 행정이 뿌리내리려면 공공문서를 LLM이 학습할 수 있는 표준 포맷으로 전환·관리하는 수정 작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앞으로 학습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도구를 만들어 전 부처에 공유할 계획"이라며 "향후 철저한 사업계획 수립, 사업착수 전 사전협의 완료 등의 조치를 통해 집행 부진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