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목동지점장으로 근무했을 때 일이다. 당시 어려운 시장 환경으로 모든 지점이 적자인 상태였다. 다들 시장 탓이려니 하면서 적자를 당연시하고 있었다. 나는 인사부장에서 지점장으로 막 발령받은 상황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왜 적자를 모두가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 이게 최선인가? 시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우리가 멈춰 있어도 되는가? 회사의 구성원이라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흑자를 내는 게 오히려 더 당연한 일이 아닐까?”그때 나는 ‘한 점포라도 반드시 흑자를 만들어보자’라는 각오로 지점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시작했다. 시장을 탓하기보다는 우리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의 생각에 공감하고 설득도 하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실행해 나갔다. 몇 달 후 목동지점은 흑자 점포로 돌아섰다.
놀라운 일은 그다음부터 벌어졌다. 나는 주변의 몇몇 지점장에게 ‘함께해보자’고 설득했고, 한 지점의 흑자가 조직 전체에 신호탄이 됐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자 다른 지점에서도 분위기가 바뀌었고, 거짓말처럼 그 지점들도 몇 달 후 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작은 성공이 전염처럼 퍼지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흑자 지점이 점차 늘어나면서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마인드가 전 지점으로 확산됐고, 이후 건전한 경쟁 문화가 점차 회사에 자리 잡게 됐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안다’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든 경험해본 사람들이 노하우를 알고 있기에 더 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녹록지 않은 외부 환경 때문에 힘든 건 나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핸디캡이지만, 이를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행운은 모두에게 오지 않는다. 과거의 경험을 더듬어 이 상황에서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방안을 끄집어내고, 이를 여러 각도로 시도해보는 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직원들에게 자신만의 성공 DNA를 만들라고 당부한다. 성공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긍정적이고, 매사에 여유가 있다. 그들과 대화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듯하다. 앞서 언급한 지점장들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얻었을 것이고, 그 경험 자체가 훌륭한 자산이 됐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시장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고, 고객의 니즈는 예전보다 더 복잡해졌다. 그러나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경험은 우리 안에 성공 DNA로 남아 앞으로도 우리를 성장하게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변화의 시작은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며, 그것을 확산시키는 힘은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