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기업의 ESG 보고서, 왜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할까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단순한 경영 트렌드를 넘어 기업 운영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ESG 전략을 수립하고 그 성과를 외부에 알리기 위해 앞다퉈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보고서를 발간했는가’가 아니라 ‘그 안의 정보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지점에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검증(assurance)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환경보호,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의 노력을 수치와 사례로 보여주는 핵심 수단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작성된 보고서라도 기업 내부 자료만을 근거로 한다면 이해관계자들은 “이 수치는 사실일까?”, “성과가 과장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제3자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검증을 통해 데이터의 정확성·완전성·일관성이 입증되면 투자자, 고객, 규제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안심하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보고서 품질 향상에 그치지 않고, 기업 ESG 경영 전반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 장치가 됩니다.
또 ESG 보고서의 검증 여부는 투자 유치와 ESG 평가 등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과 기관투자자들은 검증 여부를 핵심 신뢰 지표로 삼으며, 검증된 보고서는 그린워싱 우려를 줄이고 투자 리스크를 완화합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CSRD(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등 주요 국제 공시기준에서도 검증을 의무화하거나 강력히 권장하고 있어, 앞으로 검증 없는 보고서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검증은 외부 신뢰 확보뿐 아니라 기업 내부 ESG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검증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관리 체계의 허점이 드러나고,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배출량 측정, 공급망 인권 리스크 관리, 산업안전 보고 체계 등 ESG 거버넌스 전반이 한층 견고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 보고서 품질 향상을 넘어 장기적으로 리스크 대응력과 위기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됩니다.
검증 방식은 다양합니다. Type 1 검증은 시스템이나 프로세스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게 설계되었는지 평가하고, Type 2 검증은 그 설계가 실제로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까지 확인합니다. 또 확신 수준(assurance level)에 따라 합리적 확신(reasonable)과 중간 수준 확신(moderate)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재무감사에 준하는 높은 신뢰를, 후자는 표본 중심 검토를 통해 비교적 낮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신뢰를 제공합니다.
결국 ESG 보고서 검증은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기업이 ‘우리는 검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말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하는 수단입니다. 이는 ESG 경영의 진정성과 실행력을 입증하는 ‘신뢰의 통화(currency)’이며, 규제 환경이 강화되고 ESG 경영이 더욱 정교해질수록 검증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이 시장에서 더 큰 신뢰를 받고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박현은 KB증권 전략기획부 ESG전략팀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