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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는 허용, 금융기관은 거부… 상속 예금 인출의 함정 [조웅규의 상속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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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는 허용, 금융기관은 거부… 상속 예금 인출의 함정 [조웅규의 상속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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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X에게는 자녀 A와 B가 있는데, A는 사업체를 운영하며 현금 유동성이 필요했고, B는 전문직으로 안정적인 급여를 받지만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했다. X는 사후 자녀의 상황을 고려해, A에게는 40억 원 상당의 예금을, B에게는 반포 아파트를 유증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X가 사망하고 유언장이 발견되자, A는 금융기관에 유증받은 예금 인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B의 동의서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과연 A는 유증받은 예금을 곧바로 찾을 수 있을까?
    유증받은 예금, 마음대로 인출할 수 있을까

    유언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고, 새로운 유언이 작성되면 이에 저촉되는 종전 유언은 효력을 잃는다. 따라서 A가 제시한 유언장이 철회되었거나 이후로 다른 내용의 유언장이 작성되었다면, 금융기관에서는 예금을 이중으로 지급할 위험에 처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금융기관은 특정 상속인에게 예금 전액을 유증하는 내용의 유언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상속인의 동의 없이는 예금을 인출해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법원은 입장이 다르다. 유언의 효력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고, 적법한 유언집행자가 예금 반환을 요청하면 금융기관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X의 유언장이 법적 요건을 갖추고 무효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유언집행자가 예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 금융기관은 예금 전액과 이에 대하여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금융기관은 상속인 전원의 동의 없이는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유증받은 상속인이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빈번하다.
    법정상속분만큼은 인출할 수 있을까

    A는 경기 악화로 사업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10억 원이 넘는 상속세까지 부담해야 했다. 그는 유증받은 예금 40억 원 전액이 아닌 법정상속분(1/2)에 해당하는 20억 원이라도 인출하려고 하는데, 이 경우는 어떻게 될까?

    대법원은 금전채권처럼 가분채권이 공동 상속된 경우, 상속 개시와 동시에 법정상속분대로 분할·귀속된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다24921 판결). 하급심도 같은 취지에서, 유류분 반환청구 등 상속 분쟁이 있는 경우라도, 각 상속인의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예금은 상속인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이 경우에도 금융기관은 상속인 전원의 동의를 요구하며, 동의가 없으면 지급을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행과 지침의 벽

    상속 개시 후 상속인은 상속세 납부 등의 사유로 긴급하게 예금을 인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관행으로 인해 나머지 상속인들의 동의가 없는 한 소송을 통해서만 예금을 수령할 수 있어 예금을 수령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 심지어 거액의 예금을 상속받고도 금융기관의 예금 인출 거부로 인해 상속세를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해 체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관행은 판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감독기관에 해당하는 금융감독원의 실무지침에서 300만원 내외의 소액 인출 이외의 상속 예금 인출에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를 얻도록 정하고 있어 금융기관도 임의로 인출해주는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금융기관은 금융감독원의 지침과 이중 지급의 위험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상속 예금 인출에 엄격한 조건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상속계획에 반영해야 할 ‘실무 리스크’

    X는 자녀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깊은 고민 끝에 A에게 예금을, B에게 아파트를 유증하는 것으로 상속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X의 기대와 달리 B가 협조하지 않으면 A는 X가 남긴 예금을 필요한 때에 사업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상속세 납부에 쓰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이 문제는 판례와 다른 금융감독원 지침,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한 금융기관의 관행 때문인데, 이중 지급의 위험을 피하고 상속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금융기관의 입장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전면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상속을 계획할 때 이러한 실무적 제약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사례에서, X가 유언장에 한 문장만 더 넣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예컨대, 유증에는 부담을 붙일 수 있으므로, B가 아파트를 유증받는 조건으로 A의 예금 인출에 필요한 동의서 작성에 협조하도록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B는 아파트를 유증받기 위해 A의 예금인출을 위한 서류 작성에 협조하게 되므로, A는 소송 없이 신속하게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

    상속계획은 단순히 재산의 귀속 비율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 개시 후 실제로 재산이 이전되는 절차와 방법까지 고려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아무리 명확한 상속계획이라도 실행 단계에서 법원의 판례나 금융기관의 관행과 충돌하면 수증자가 재산을 제때 이전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법률적 검토와 함께 실무를 반영한 전략을 준비할 때 피상속인의 의도를 온전히 실현하고 상속인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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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웅규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l 서울대 법학대학 학사, 동 대학원 석사(민법/신탁법 전공)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1년간 연수했다. 상속자문·상속분쟁·기업승계 등 자산관리와 자산승계 분야 전문 변호사로 대기업 및 중견·중소기업 오너 일가의 상속재산분할, 유류분 반환청구 등 다수의 상속분쟁 및 상속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국내 최초로 로펌 내 종합자산관리센터인 'Estate Planning Center'의 설립을 주도하여 현재 자산승계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 삼성생명,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성균관대, 부산외국어대 최고국제경영자과정(AMP), 전미한인공인회계사협회, 어바인 한인상공회의소 등에서 많은 강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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