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대 벤처캐피털(VC)의 올해 투자액 가운데 절반이 인공지능(AI)과 방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웹 2.0’의 표상인 SNS, 전자상거래 분야 투자는 전체의 6%에 그치는 등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뉴욕타임스는 “실리콘밸리가 AI를 필두로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하드테크 투자 시대를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한국경제신문은 세쿼이아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 코슬라벤처스, 베서머벤처파트너스, 인덱스벤처스,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 파운더스펀드, 엑셀, 클라이너퍼킨스 등 운용액 기준 미국 상위 10개 VC의 올초부터 13일(현지시간)까지 투자 내역을 전수조사했다. 403개 스타트업을 13개 항목으로 분류한 결과, 총투자금액 365억달러(약 50조5700억원) 중 119억7000만달러(32.8%)가 AI에 집중됐다. AI를 활용하는 다른 분야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AI 투자가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두릴인더스트리즈(25억달러), 실드AI(2억4000만달러) 등 방산·우주 분야 투자금이 59억달러(16.2%)로 뒤를 이었다. 페이스북 등 2000년대 중반 등장해 웹 2.0 시대를 주도한 SNS 분야 투자는 게임·미디어 투자를 합해도 7억8000만달러(2.1%)에 그쳤다. 전자상거래 투자 규모는 14억달러(3.8%) 수준이었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의 저변에 깔린 핵심 키워드는 기정학(技政學)과 애국주의다. 데이비드 울리치 a16z 제너럴 파트너는 지난 11일 “국익을 중시하는 분야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왔다”며 “투자자들이 미국의 미래를 지키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기금도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하드테크 투자에 힘을 보태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모방과 글로벌화로 G2(주요 2개국) 반열에 오른 중국을 견제하려면 테크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라며 “특히 하드테크는 투자에 실패해도 미국 영토 내에 실물 자산으로 남아 다른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