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격차 사라졌다"…中,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추월

중국의 첨단산업 경쟁력이 이미 한국을 위협하거나 일부 분야에서는 추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산업생태계 강화를 위해 세액공제 확대와 함께 직접 보조금 도입, 공급망 국제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연구원은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산업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12일 발간했다. 연구진은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3대 산업에서 중국의 기술 수준이 한국과 격차가 거의 없거나 이미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현장에서는 위기감이 짙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시스템반도체와 차세대 패키징에서 한국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개발 속도를 높이며 한국의 세계시장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이차전지는 리튬인산철(LFP)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니켈코발트망간(NCM)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도 한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 시장에서 준독점 지위를 확보했으며, OLED 중저가 시장 점유율도 확대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산업별 대응 과제도 제시했다. 반도체는 소자 미세화, 시스템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 미래 핵심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경기연구원은 밝혔다. 아울러 이차전지는 LFP·나트륨·전고체 등 다양한 기술 개발과 함께 성능·안정성·가격경쟁력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무기질·나노로드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바이스용 기술개발이 시급하다는 게 경기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정책 제안도 내놨다. △투자세액공제 확대 △직접 보조금 도입 △공급망 국제협력 강화가 핵심이다. 경기연구원은 세액공제만으로는 초기 투자 자금 유동성 확보가 어렵다며, 투자 시점에 즉시 지원이 가능한 직접보조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EU·일본 등 주요국처럼 소부장 기업에 국한하지 말고 지원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급망 대응도 강조했다. 반도체·이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광물자원 안정 확보를 위해 '한-일 전략광물 공급망 협력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양국이 광물 보유국·정제국과 협력을 확대해 안정적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건호 경기연 연구위원은 "반도체뿐 아니라 국가전략산업 전반에 R&D와 설비 투자에 대해 더 높은 세액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초기 자금 확보를 위해선 세액공제 외에 직접 보조금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경기=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