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이어 美와 관세협상 타결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베트남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지난 8일 기준)은 13.35%로 주요 국가별 펀드 가운데 가장 높았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공모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18개를 합산한 결과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4.98%)는 물론 중국(5.26%), 일본(3.16%), 북미(2.04%) 등 주요국 투자 펀드 수익률을 모두 앞질렀다.베트남 증시는 올 상반기까지 부진했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증시를 짓눌렀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은 미국의 세 번째 무역수지 적자국이다. 그만큼 베트남 경제에서 미국 대상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베트남에 46%의 초고율 관세를 책정하자 베트남 VN지수가 4거래일간 17% 넘게 급락한 배경이다.
베트남 증시가 활력을 되찾은 것은 지난달 초 베트남이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다. 미국이 기존에 제시한 관세를 20%까지 낮췄다. 신흥국 가운데 경쟁국으로 꼽히는 인도(25%), 태국(19%), 인도네시아(19%) 등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제조업 생산기지로서 베트남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인도는 관세가 50%까지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다는 이유로 인도 관세율을 50%로 높이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인도에 대한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인도 증시에서 이탈해 다른 신흥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시 강세 당분간 지속될 것”
다음달 FTSE지수 정기 변경을 앞두고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FTSE는 베트남을 ‘프런티어’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베트남이 신흥국지수에 편입되면 최대 60억달러(약 8조3300억원)가 새로 유입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과거 신흥국지수에 포함된 국가 사례를 보면 지수 변경 발표 2~3개월 전부터 자금이 유입되며 시장이 강하게 올랐다”며 “베트남 역시 신흥국지수 편입 발표를 전후한 9~10월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베트남 증시 강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7%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 수출이 예상보다 탄탄하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6%에서 7%로 상향 조정했다. 베트남 전문 자산운용사인 피데스자산운용의 송상종 대표는 “베트남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에 불과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높다”며 “최근 빈그룹 등 대형주 중심으로 시장이 상승했는데 앞으로 저평가된 중소형주들이 그 기세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가 주도의 경제 체질 개선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 대표는 “베트남은 최근 공무원을 대폭 감축해 각종 인허가 속도를 높이는 등 국가 주도로 강력한 개혁을 추진 중”이라며 “경제 정책 역시 국영기업에서 민영기업 중심으로 전환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