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정기획위원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업무상 재해 조사 기간을 신청 후 90일 이내로 제한하되 의학 자문 등 전문가 의견이 필요하면 최대 180일 연장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요양급여와 휴양급여 등 산재보험금을 산재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 근로자에게 우선 지급한다. 이는 ‘산재 완전 판정 후 지급’ 방식이 산재 피해 노동자의 생활을 불안정하게 한다는 노동계 비판을 반영한 조치다.
현재 산재보험은 근로자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면 공단이 조사를 거쳐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사안이 복잡한 경우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에 전문 조사를 의뢰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평균 조사 일수가 2019년 513.3일에서 2023년 952.4일로 늘었다. 심사 결과를 기다리다 사망한 근로자도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산재를 인정받기 위한 조건인 ‘근로자가 맡은 업무’와 ‘산재’ 사이 인과관계 요건도 완화할 계획이다. 의학적, 자연 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사회 통념상 인과관계가 있다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무상 질병 ‘추정’ 제도도 강화한다. 근골격계나 직업성 암에 걸렸을 때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적극적으로 산재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현재 8대 근골격계 질환과 2개 업종 11개 직업성 암에서 추정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데, 정부는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산재보험 사각지대도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3.3% 프리랜서까지 단계적으로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산재보험 국가책임제’를 실현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구체화한 조치다. 경제계는 “산재보험 대상 확대와 절차 개선 등 제도 개혁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부정 수급 등 모럴해저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