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정상급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한국에 클래식 음악 열풍을 몰고 왔다. 오는 11월 RCO 내한 공연 3개의 티켓이 모두 ‘완판’(완전판매)을 기록했다. 롯데콘서트홀 공연은 1분 만에 티켓이 동났다. RCO는 11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공연 주최 측에 따르면 6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티켓 판매가 완판됐다. 11월 5일 예술의전당 공연과 9일 부산콘서트홀 공연은 2분 만에, 6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은 1분 만에 티켓이 모두 팔렸다. 국내에 단 세 곳뿐인 2000석 이상 규모 클래식 음악 공연장 모두에서 나온 기록이다. 공연장별 예매 개시 시간에 맞춰 타이머를 맞추지 않은 이들은 취소 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5일 각 공연장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판매한 선예매 티켓도 10분 안에 매진을 달성했다.
아이돌이나 솔리스트가 아닌 악단 공연에 예매 인파가 몰린 건 예외적이다. 오케스트라 자체의 명성과 음악적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결과다. 1888년 창단한 RCO는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를 본거지로 하는 네덜란드 대표 악단이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3대 악단으로 꼽힌다. 영국 음악 전문 매체 그라모폰이 2008년 ‘세계 1위 오케스트라’로 선정하기도 했다. RCO는 2023년에도 방한해 한국 청중을 만난 적이 있다.
이번 내한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2027년부터 RCO의 수석지휘자를 맡을 클라우스 메켈레가 이 악단과 처음 한국을 찾는 자리여서다. 메켈레는 세계 유수 악단이 줄줄이 러브콜을 보낸 최고의 20대 지휘자다. 오슬로 필하모닉과 파리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2027년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및 음악감독으로도 취임한다. 지난 6월엔 파리오케스트라와 펼친 내한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협연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해석을 한국 관객 앞에서 입증했다.
RCO와 메켈레가 선보일 공연 프로그램은 두 종류다. 5일 공연에선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과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보인 뒤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6일, 9일 공연에선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와 합을 맞춘다.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 뒤 말러 교향곡 5번으로 마무리한다. 두 협연자 모두 메켈레와 수차례 같은 무대에 오르며 호흡을 맞춘 연주자다.
대형 공연 유치가 상대적으로 어렵던 부산에서 RCO 공연이 흥행몰이에 성공한 점도 고무적이다. RCO의 부산콘서트홀 공연은 이 공연장이 올 6월 개관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해외 악단 초청 공연이다. 메켈레는 5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한국에 돌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