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06일 11: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개정 지배구조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올해 1월부터 도입해 적용 중이며, 대형 보험사와 대형 금융투자회사는 7월 도입해 이제 막 한 달 남짓 지난 상황이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은 내년 이후 적용 예정으로, 제도 도입에 앞서 관련 동향을 주의 깊게 살피는 단계다.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직원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여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궁극적으로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금융위원회 역시 그 목적이 제재나 처벌이 아닌 금융사고 예방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당 대출, 업무 상 배임, 금품수수, 횡령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사후 책임소재는 일부 명확해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실제 사고를 줄이는 데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보완과 현장 안착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새 정부 출범이라는 전환점 속에서 책무구조도는 어떤 방향으로 제도적 안착을 모색하게 될까. 정부는 대선 공약집에 ‘민생침해 금융범죄 처벌 및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추진’과 관련해 금융사고 발생시 임원 책임까지 물을 수 있도록 책무구조도를 엄격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새 정부의 행정력과 추진력을 감안할 때 책무구조도 관련 공약 이행에도 조만간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의무와 관련한 실질적 제재 사례는 없지만, 은행권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책무구조도를 엄격하게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 및 내부통제 강화는 이전 정부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던 만큼, 새 정부에서는 관련 규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어 실제 금융권의 긴장감은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의 점검과 관리도 본격화되고 있다. 감독당국은 지난 3, 4월에 시중 은행들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통해 책무구조도 운영 실태를 살펴본 바 있다. 8월에는 개선 요청사항(임원용 매뉴얼 마련, 임원의 6대 관리의무)의 개선이행 여부와 대표이사 총괄관리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보험사와 대형금융투자회사에 대해서도 3월~6월에 시범운영을 통해 각 사별 책무구조도를 살펴보고,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과 세미나와 교육 등을 통해 내부통제 실효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또한 감독당국은 검사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PEF 운용사(GP)들에 대해서도 연간 5개사 이상의 회사에 대해 내부통제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비록 이들이 지배구조법상 금융기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내부통제 실태를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은 민생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중시하는 정부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처럼 새 정부의 내부통제 강화 기조와 감독당국의 행보가 맞물려 더욱 엄격한 관리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금융기관의 경영진은 이러한 움직임을 민감하게 인지하고 대응 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금융권 경영진이 실효적인 내부통제를 위해 고려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적·물적 자원의 충분한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은행권은 책무구조도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컴플라이언스 인력과 관련 예산을 늘리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투자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이상거래 탐지, 운영 리스크 대응,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 등 다양한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일부 금융기관은 여전히 인력 확충이나 내부통제 관련 컨설팅, 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준법감시인과 실무진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개선의지도 가지고 있으나, 경영진이 이를 우선순위로 인식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개선은 어렵다. 최소한의 비용과 인력으로 형식만 갖추려는 접근은 ‘Tone at the top’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대표적 사례다. 이 경우에는 내부통제 관련해서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적정하게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등 총괄관리의무 위반에 해당이 될 수도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둘째, 책무구조도는 ‘일회성’ 아니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한번 마련이 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제출 이후에도 업데이트가 되어야 한다. 인사이동·조직개편, 법규·규제 변경, 신사업·신제도·신상품 도입, 금융사고 발생 등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 시 마다 점검과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또한, 대내외 환경이 변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계속해서 현재의 통제수준이 해당 위험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점검 과정에서 통제수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제도를 정비하고 통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즉, 지속적인 내부통제 진단과 개선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의지이다. 내부통제가 강조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업윤리와 준법정신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전 임직원 대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캠페인 등 활동과 표창, 포상 또는 인센티브 등의 유인책도 필요하다. 또한 교육을 통해 임직원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고, 전담 조직 및 인력 확충 등 실질적인 대응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패러다임이 변했다. 이제는 책무구조도라는 새로운 제도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고,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보완과 실행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감독당국이 강조했듯,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고 낯설 수 있지만, ‘새 옷에 몸을 맞춘다’는 자세로 제도를 수용하고 조직 문화를 개선해 나간다면, 보다 탄탄한 내부통제 체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