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오피스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문의가 빗발쳤다. 지난달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새 정부 규제개혁 방향’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송승헌 대표의 발언이 그만큼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공개 석상에서 좀처럼 마이크를 들지 않는 송 대표는 지금 한국 경제가 도약하느냐, 쇠퇴하느냐의 갈림길에 섰다고 판단해 대한상의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20년을 ‘새로운 경제 성장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 시기’로 정의하고 “규제에 눌려 기업가정신이 쇠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가정신이 사라지면서 대기업은 신사업 투자나 인수합병(M&A) 같은 도전을 주저하고, 중소기업은 사업 전환에 머뭇거렸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이 내수만 바라보는 것도 경제 활력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았다. 송 대표는 상법 개정안, 주 52시간 근로제 등을 ‘큰 바위(big rock) 규제’로 꼽고 “기업의 성장 욕구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전향적 자세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이 기업가정신이 쇠퇴했다고 지적하자 정·관계와 경제계는 충격에 빠졌다. 새 정부 대통령실과 주요 부처, 의원실 등에서 맥킨지에 자료 요청 요구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는 4장짜리 발표 자료 요약본을 작성해 전달하고 원하는 기관엔 송 대표가 직접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