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경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폭로를 이어가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행보에 더불어민주당이 반색하고 있다. 국민의힘 해산 심판을 언급하는 여권 인사들의 언급이 잦아지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출범 정당성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까지 나오면서다. 국민의힘은 홍 전 시장의 신천지 개입 의혹 폭로에 '가능성이 거의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면서도 당혹한 분위기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신천지의 밀월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신천지 봐주기, 그 대가로 신천지 신도 10만명의 책임당원이 입당해 윤석열을 지원한 게 사실이라면 국민의힘은 민주정당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주의 회복, 윤석열 심판, 내란 종식과 관련한 문제이므로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그 시작으로 민주파출소를 확대 개편해 6월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살포하는 내란 잔당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경고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특검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당시 경선에 참여했던 국민의힘 당직자 및 캠프 관계자 등의 관여와 방조 여부에 대한 엄정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 5월 당내 대선 경선에서 탈당한 뒤 국민의힘을 향한 극언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해산을 점치는가 하면, 윤석열 정권을 향해 "태어나선 안 될 정권"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천지 신도들이 국민의힘에 집단적으로 가입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홍 전 시장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신천지와 통일교 등 종교 집단의 당원 가입'이 있었고 이들이 경선에 참여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압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신천지가 윤 전 대통령을 도운 배경에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신천지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청구 못 하게 막아 줘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다"라고도 했다.
또 자신이 이를 확인한 시점은 대선 경선 직후라며 "그걸 확인하기 위해 그 이듬해(2022년) 8월경 청도에 있는 신천지 이만희 교주 별장에서 (이만희를) 만났고, 그걸 또 여태 밝히지 않았던 것은 윤석열 정권 출범의 정당성 여부가 문제 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홍 전 시장은 당시 대선에서 41.5%를 얻어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47.85%)에 밀렸다.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48.21%로 윤 전 대통령(37.94%)을 크게 이겼으나, 당원투표에서 34.80%를 얻어 57.77%를 득표한 윤 전 대통령에게 크게 밀리며 패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신천지의 정치 개입'을 이유로 국민의힘에 대한 특검을 진행할 명분을 하나 더 얻게 된 셈이다. 정권이 바뀐 뒤 출범한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인사들에 대해 줄줄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 범위를 넓히는 상황이다. 특검이 '신천지'를 고리로 국민의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경우, 이는 정당의 존폐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헌법상의 종교와 정치 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위헌적인 범죄 행위"라며 특검을 향해 "신천지, 통일교 등 특정 종교 세력의 국민의힘 대선 개입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진상 규명에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신천지 개입'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도, 거듭되는 악재에 당혹해하는 기류가 읽힌다.
최수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천지가 (국민의힘에) 가입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당시 이준석 당 대표는 당원 신규 가입을 모집하고 책임당원을 장려하고 있었고, 당시 특정 지역 세력으로 가입한 건 포착되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하는 데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경선 신천지 연루 의혹에 "홍 전 시장은 원래 자기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이 말 저 말 다 하는 분"이라며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당 안팎에서 자꾸 '자폭 성 주장'이 나오는 건 전당대회를 앞둔 현시점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홍 전 시장이 정당 내부 문제를 넘어 정권의 정당성까지 문제 삼는 건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