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소설 전문 번역 회사가 영국에 등장했다.
2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설립된 글로브스크라이브(GlobeScribe)는 AI를 활용하는 소설 전문 번역 회사다. 100달러(약 14만원)를 내면 AI로 소설 한 권을 번역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설 분량이나 번역 난이도와 무관하게 번역료는 동일하다.
100% AI 번역은 아니다. 글로브스크라이브는 “항상 인간 전문 번역가의 작업이 더해지고, 문학성이 높거나 복잡한 글은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글로브스크라이브의 번역료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국내 출판업계에서 영어 소설을 한국어로 옮길 때는 보통 200자 원고지 기준 한 장에 3500원 안팎이 번역료 최저선으로 통한다. 원고지 1000장 안팎의 소설 한 권 번역료는 350만원 수준이다. 책의 난이도, 분량, 번역가의 경력 등에 따라 번역료는 더 올라간다. 글로브스크라이브의 AI 번역 서비스를 이용하면 업계 최저 수준의 25분의 1 가격으로 번역물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현지 번역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이안 자인스 번역가협회장은 “(글로브스크라이브는) 국가를 넘어 소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AI가 인간 번역가의 섬세함을 뛰어넘을 거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번역가 폴리 바튼은 “훌륭한 문학 번역이란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를 정확하게 옮기는 것 이상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글로브스크라이브 측은 “AI 활용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이 같은 도구들은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고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AI가 전문 번역가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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