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선박 연료 추진 체계부터 그린수소 수전해 시스템 상용화까지 성공한 부산 조선기자재 제조기업 선보공업이 2027년 상장 및 기업가치 1조원 달성을 목표로 계열사 통합에 나선다. 조선기자재 기업에서 ‘친환경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최금식 SB선보그룹 회장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선보공업, 선보유니텍, 선보하이텍, 선보피스 등 4개 법인 통합 출범식을 열었고 관련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이라며 “가스추진연료공급시스템(FGSS)과 수전해 시스템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SB선보는 1986년 설립된 부산 향토기업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환경 규제 흐름에 맞춰 일찌감치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결과 LNG FGSS를 비롯해 LNG 재액화·재기화 시스템 등 친환경 기자재 상용화에 성공했다. 선보공업은 육상으로 운송되는 대형 FGSS 등을 제조하는 데 특화했다. 선보유니텍은 해상 운송용 FGSS, 선보피스는 배관, 선보하이텍은 선박용 모듈 제조에 강점이 있다. 최 회장은 각 법인에 흩어진 160여 명 규모의 설계 엔지니어링 인력이 통합 후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스타트업과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기술 해법을 찾고 있다. 2세 경영인인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가 주도하는 액셀러레이터 및 벤처캐피털 사업은 SB선보 신기술 확보의 핵심 동력이다. 조선기자재 부문에서 쌓은 엔지니어링 기술을 토대로 친환경 설비 제조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구상이다. 선보엔젤파트너스가 발굴한 인공지능(AI) 전문기업은 SB선보의 사무 자동화 작업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아직 구상 단계이긴 하지만 설계 부문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30년 동안 쌓아온 수만 장의 설계 도면이 AI 학습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보유니텍이 스타트업 엘켐텍과 함께 개발한 그린수소 수전해 시스템도 국내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선보공업은 일찌감치 엘켐텍의 기술력을 눈여겨보고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선보공업의 발전소 시스템과 엘켐텍의 수전해 스택 기술을 결합할 수 있었다. 신재생에너지의 여유 전력을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하고 수소를 얻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이미 국내 최초로 제주 풍력발전단지에 적용됐고, 호주 정부 등과 납품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스타트업과 협업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폐기물 가스화, 탄소포집장치 등을 상용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대형 해운사와는 풍력추진시스템(WAPS) 공동 개발을 수행 중이다.
최 회장은 “10년 전부터 SB선보의 선박 엔지니어링 기술에 스타트업의 다양한 기술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솔루션 사업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