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멕시코발 항공편에 새로운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양국 항공사 델타항공과 아에로멕시코의 오랜 제휴 관계도 위협받은 것으로 알려졌다.AP·로이터통신 등은 19일(현지시간) 미 교통부가 모든 멕시코 항공사에 대해 이달 말까지 미국 내 운항 일정 제출을 의무화하고 대형 전세기 운항의 경우 사전 승인을 받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갈등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는 펜타닐 밀매 관련 자금 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목한 멕시코 기업 3곳을 대상으로 자금 송금을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마약 카르텔 대응에 제대로 조치하고 있지 않다며 30% 관세 부과를 경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델타항공과 아에로멕시코 간 합작 투자(조인트벤처)에 부여한 반독점 면제를 철회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멕시코 정부가 수년 전부터 항공편의 멕시코시티 공항 진입을 제한해 왔던 데 따른 대응이란 관측도 나온다.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시티 주요 공항인 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이 혼잡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항공사들에 도심에서 더 멀리 떨어진 신공항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을 이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2022년 개장한 신공항은 이미 화물 처리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고 여객 편의성을 고려하더라도 도심 접근성이 떨어져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델타항공과 아에로멕시코를 대상으로 반독점 면제를 철회하면 운임·좌석 수·수익 공유 등에서 협력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델타항공은 아에로멕시코 지분을 계속 보유할 수 있고 일부 협력을 유지할 수 있다.
멕시코 최대 항공사인 아에로멕시코는 이번 조치에 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델타항공과 조만간 공동 대응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들 항공사는 제휴 관계를 종료하게 하려는 미 교통부의 움직임에 반발해 왔다. 제휴 종료는 양국 경제에 연간 8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관광 지출과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델타항공은 성명을 내고 "교통부가 델타와 아에로멕시코 간 제휴 승인을 철회하면 미국과 멕시코 간 여객 교류, 미국 일자리와 지역사회, 국경을 넘나드는 경쟁에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두 항공사 간 제휴 승인 종료 명령은 오는 10월까지는 발효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가 양국 간 무역 전쟁이나 관세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