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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손실,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ESG 키워드 포커스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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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손실,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ESG 키워드 포커스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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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ESG] ESG 키워드 포커스 ⑤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기후 위기 대응이 기업경영과 금융시장에서 표준 이슈로 자리 잡은 뒤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다음 과제로 ‘생물다양성(biodiversity)’과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이 부상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단지 종(種) 개수를 말하는 생태학적 개념이 아니라 기업활동과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3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생물다양성 손실을 ‘기후변화’, ‘극단적 기후 사건’과 함께 세계 3대 리스크로 지목하며, 향후 10년간 기업과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임을 강조했다.

    “생물다양성 손실, 자산가치 하락 및 부실 위험 증가”


    자연자본은 생물다양성의 기반이 되는 자원 구조를 말한다. 산림, 담수, 해양, 토양, 대기 등은 인간의 생존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활동과 공급망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다. 생물다양성은 이러한 자연자본이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구성요소다. 예컨대 식품 기업은 수분 매개 곤충의 활동에 의존하고, 제조업은 토양과 수자원의 건전성에 따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한다.

    또 금융기관은 대출 및 투자처의 자연자본 리스크에 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생물다양성 손실이 자산가치 하락이나 부실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ESG 공시는 기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는 자연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기업의 전략과 공시에 통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TNFD는 ‘LEAP’라는 4단계 접근법(Locate, Evaluate, Assess, Prepare)을 통해 생물다양성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 리스크 및 기회를 파악하고 이를 대응 전략으로 구체화하도록 유도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TCFD와 구조적으로 유사해 기업의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 내 편입이 용이하다.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시행된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를 통해 생물다양성 관련 정보를 법적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 정보는 생태계 서비스 사용량, 생물다양성 손실 영향, 복원 계획과 성과 지표 등이다. 이는 유럽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공시 준비가 미비할 경우 투자자 신뢰와 거래 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상장기업과 금융기관은 각자 역할에 맞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상장기업은 사업모델의 자연자본 의존도를 정량화하고, 공급망 및 지역 기반 사업장의 생태계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특히 농업·식품·의류·광물·반도체·바이오 산업 등은 원료 확보 단계에서 생물다양성과 직결되며, 이로 인한 공급 차질이나 사회적 비판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는 단순한 녹지 조성 활동을 넘어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 복원 목표, 과학 기반 지표(SBTN 기반)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금융기관, 생물다양성 고려한 투자 의사결정 강화 필요”


    금융기관은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투자 의사결정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채권과 주식투자의 스크리닝 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기후 리스크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이 되어야 한다. TNFD는 금융기관을 위한 별도 가이던스를 제공하며, 포트폴리오 분석 도구(ENCORE, GLOBIO 등)를 활용해 간접적 생물다양성 노출도를 평가할 수 있다. 더불어 생물다양성 회계금융연합(PBAF)은 금융기관이 생물다양성 영향 회계를 정량화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돕는 국제적 프레임워크다.

    자연 기반 솔루션(Nature-based Solutions, NbS)은 기업과 금융기관 모두에 중요한 전략 수단이 된다. 이는 생태계 복원, 숲 조성, 습지 보호 등 자연을 이용한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전략을 의미하며, 동시에 생물다양성 보호와 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달성할 수 있다. 최근 녹색채권의 일부는 NbS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주요 자금 사용처로 명시하고 있으며, 국제개발은행과 ESG 투자펀드도 이러한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외 선도기업은 이미 생물다양성 전략을 기업 전반에 통합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환경친화적(Positive Nature)’ 전략을 발표하며, 공급망 내 생물다양성 영향을 전수 평가하고 있다. 럭셔리 패션 기업 케어링은 자연자본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 연간 재무제표에 생물다양성 손실을 화폐가치로 환산하고 있다. HSBC 은행과 AXA(악사)는 TNFD 시범 적용을 통해 투자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진단하며, 생물다양성 연계 금융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한국 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부 대기업이 환경 보고서에 생물다양성 활동을 기술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편적 사례 중심이며, 데이터 기반 분석은 드물다. 금융기관 역시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독립된 리스크 범주로 인식하기보다는 ESG의 보조 항목으로 다루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화 속도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투자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고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상장기업과 금융기관이 생물다양성 전략을 통합적으로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첫째는 내부 진단과 교육을 통해 생물다양성 의존성과 리스크를 명확히 이해해야 하며, 둘째는 TNFD와 SBTN 등 국제기준에 기반한 전략 수립과 목표 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는 이를 ESG 공시 및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반영함으로써 시장과 투자자에게 투명한 대응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노력이야말로 ESG 경영의 진정한 성숙과 자연과의 조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의 시작이 될 것이다.

    김병삼 한국 딜로이트 그룹 One ESG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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