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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시대, 소부장 기업의 생존법이 바뀐다 [EY한영의 비욘드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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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시대, 소부장 기업의 생존법이 바뀐다 [EY한영의 비욘드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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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7월 16일 10: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움직임을 감지하게 되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확산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해졌고, 이는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소부장 기업들의 생존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 소부장 기업들은 대형 반도체 제조사의 주문에 따라 정해진 규격의 제품을 개발·납품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하지만 AI 반도체의 부상과 함께 기술 발전 속도와 고객 요구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수동적인 대응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반도체 제조사와의 공동 연구개발(R&D) 없이는 시장에서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국내 소부장 산업은 국산화, 미세화, 3차원 패키징의 확산이라는 세 가지 성장 동인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우선 국산화는 2010년대 중반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우리나라 정부는 반도체 소재·장비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했고, 그 결과 특수가스, 공정 소모품, 전공정 및 후공정 장비 등 최첨단 진공 장비를 제외한 영역에서 국산화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특히 국내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만큼, 메모리 공정 관련 장비, 소모품 및 소재에서의 국산화 성과가 두드러졌다.

    두 번째는 미세공정의 발전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이 7나노미터(nm) 이하로 미세화되면서 극자외선(EUV) 공정이 본격 도입됐다. 전 세계 EUV 노광장비를 독점하는 네덜란드 ASML의 장비를 우선 도입한 파운드리 공정을 시작으로, EUV용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펠리클(포토마스크용 보호막) 등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EUV 장비용 소재 분야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기술 개발 필요성이 커졌다. 최근에는 EUV 공정이 메모리 반도체인 디램(DRAM) 공정에도 확대 적용되면서 관련 소부장 시장의 성장세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세 번째이자 최근 가장 주목받는 흐름은 3차원 패키징 기술의 확산이다. 국산화와 미세화로 견인된 소부장 시장의 성장이 다소 정체되던 가운데, AI 반도체의 급속한 확산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기존 2차원 패키징이 반도체 칩을 회로 기판 위에 단층으로 접합하는 방식이었다면, 3차원 패키징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시스템 반도체 위에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수직으로 쌓는 방식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성능 처리가 요구되는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공정이 되었다. AI 붐으로 GPU 수요가 폭증하면서 3D 패키징 공정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고, 관련 장비와 소재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HBM의 세대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매년 새로운 패키징 방식이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패러다임 전환: ‘공급자’에서 ‘파트너’로
    이처럼 기술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소부장 기업들의 역할과 생존 전략도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2차원 패키징 시절에는 용역업체가 수율이나 가격으로 경쟁하는 외주 중심의 구조가 일반적이었다면, 3차원 패키징 시대에는 연구개발 역량이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도 3차원 패키징 공정을 내재화하기 위해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소부장 기업들에게도 신속한 신제품 개발력과 공동개발 참여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더 이상 외국 공정업체의 장비 도입 및 모방을 통해 국산화해 원가를 낮춰 판매하는 전략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장비 규격 자체가 자주 바뀌는 현장에서는 고객사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다. 성능이 아무리 우수한 외산 장비라도 국내 기업처럼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공동개발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실제로 절대적인 기술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고객사와 밀착해 공동개발에 나서는 국내 업체들이 점차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있는 추세다.

    장비뿐 아니라 소재 기업들도 유사한 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3차원 패키징 공정 자체가 지속적으로 변하면서 장비 개발과 함께 소재의 물성(물리적 특성)도 함께 조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성 물성치에 도달하는 개발 또는 정해진 성능을 구현하는 기술력 외에도 유연하게 물성을 조정하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때로는 고객사조차 신규 개발된 장비에 맞는 명확한 규격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비와 소재를 동시에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처럼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대응력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오늘날 반도체 소부장 시장에서 단순히 고객의 사양에 맞춰 대응하는 전략만으로는 시장 우위를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AI 반도체 확산으로 기술 변화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고, 시장 요구도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탄한 기반 기술과 빠른 대응 역량을 바탕으로 대형 반도체 업체와의 공동개발 및 공동대응을 통해 상호 발전하는 에코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과거처럼 고객이 주문하는 요구사항을 맞춰 외산 장비를 대체하는 수준에서 머무른다면 혹독한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핵심은 소부장 기업들이 단순한 외주 공급자에서 벗어나 고객사와 함께 기술 방향을 설계하는 전략 파트너로 거듭나는 것이다. AI 반도체는 단지 성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둘러싼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시장이 바뀌면 생태계 또한 바뀌고, 변화된 생태계에는 플레이어와 역할도 재정의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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