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뿐 아니라 공격용 무기까지 제공하고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에도 금이 갔다. 그동안 러시아에 유화적 태도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책으로 전환하면서 우크라이나전 전황에도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러시아에 ‘최대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푸틴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며 “두 달 전 협상이 타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불평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종전 협상을 이끌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길들이기에 성공한 듯한 상황에서도 종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과 수 시간에 걸친 통화를 거듭하면서도 진전이 없자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미국이 장거리 무기를 제공한다면 모스크바 등을 공격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칠 수 있냐.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칠 수 있냐”고 물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기를 준다면 할 수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를 브리핑받은 소식통 2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냈으며, 크렘린궁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전략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50일 이내 전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약 100% 관세로, 이를 2차 관세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반색하고 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러시아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SNS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의지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50일’이라는 기한을 제시한 게 지나치게 길다는 평가도 있다. 칼라스 대표는 “러시아 군이 매일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하는 것을 고려하면 50일은 매우 긴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50일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늘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재 실행이 관건
문제는 이런 압박이 실제로 효과를 낼 것인가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에 2만5000건에 달하는 대규모 경제 제재를 실행 중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간 교역량은 급감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은 러시아에서 308억달러어치 상품을 수입했지만 작년엔 이 비중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이 아직도 수입하는 러시아 물건은 값싼 비료 정도에 불과하다.따라서 러시아에 부과한 100% 관세는 강도가 세 보이긴 하지만 러시아에 실제로 큰 타격을 주긴 힘들다. 미국의 대러 수출 규모도 지난해 5억2610만달러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제재를 언급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압박하려면 러시아와 거래하는 나라에도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를 동원해 2차 제재를 실행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러시아 원유는 주로 중국(47%)과 인도(38%)에 팔린다. 유럽연합(EU)과 튀르키예도 각각 6% 정도를 구입한다. 러시아 원유나 천연가스 구입만을 이유로 이들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 역시 물가 상승이란 부작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진행 중인 관세 협상도 여러 이유로 진전이 더딘데, 2차 제재로 추가 관세를 매기면 상황이 한층 꼬일 수 있다. 결국 엄포만 놓고 실행에 이르지는 못하거나, 실행하더라도 얼마 못 가 거둬들여 ‘종이 호랑이’ 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