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100선까지 탈환하며 파죽지세로 달리고 있다. ‘삼천피’ 돌파 이후 횡보 장세가 펼쳐지고 있지만 주주 환원과 경기 부양 등 새 정부 정책에 힘입어 추가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존 주도주에 더해 삼성전자까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큰 동력이다. 주요 증권사는 하반기 지수 전망치를 3700 이상으로 올려 잡고 있다. ◇ 새 정부 정책 기대로 전방위 상승세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대 대선 이후 1개월(6월 4일~7월 4일)간 코스피지수는 13.16% 상승했다. 코로나19 유동성 장세였던 2021년 이후 처음으로 3000을 돌파한 데 이어 3100선까지 터치했다.상승 동력은 새 정부의 증시 부양책 기대다. 여야 합의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더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 권리 강화 정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 주가가 급등세다. 해당 기간 포스코홀딩스와 코오롱이 각각 29.71%, 27.65% 급등했다. HS효성은 24.79% 올랐고, SK 또한 20.32% 상승했다.

인공지능(AI), 암호화폐 정책 기대감에 유통과 인터넷 등 그동안 크게 움직이지 않던 업종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네이버가 33.51% 오른 데 더해 스테이블코인 테마를 탄 카카오페이와 LG CNS는 각각 107.34%, 58.53%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연고점을 넘어서며 3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과열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간 상승률 14.3%를 기록한 2020년 11월 유가증권시장의 총거래대금은 320조원 수준이었다. 13.86% 오른 지난달 거래대금은 289조원으로, 당시에는 못 미친다.
개인 투자자의 과열 정도를 보여주는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달 말 20조7868억원으로, 3300을 넘어선 2021년 8월(25조원)보다 적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2020~2021년에 비해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뜨겁지만 과열은 아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지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현재 약 2500조원인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하반기엔 2980조원으로 3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실화하면 코스피지수가 3710까지 오를 수 있다.
지난달 중순 코스피지수 전망치 상단을 3240으로 높인 KB증권은 2주일 만에 3700으로 재차 상향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증시 부양 정책에 더해 달러 약세가 이어지며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를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 가세하면 추가 상승 전망
지지부진하던 삼성전자까지 움직이고 있는 흐름은 코스피지수 추가 상승 전망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4% 넘게 오르며 ‘6만전자’에 안착했다. 삼성전자 기술 경쟁력 회복에 대한 기대와 순환매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자체 개발한 10나노 6세대 D램(1c D램)은 최근 내부 품질 테스트에서 양산 가능 판정을 받았다. 하반기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승인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HBM4의 성공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대규모로 삼성전자를 순매도하던 외국인들도 순매수로 돌아섰다. 최근 1개월간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는 1조2039억원에 달한다. 순매수 1위 SK하이닉스(1조2623억원)와 큰 차이가 없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 코스피지수가 추가로 오를 수 있는 강한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의 삼성전자 시총 비중(우선주 포함)은 지난 4일 기준 16.7%로 지난해 7월 약 25%보다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22조원어치 넘게 순매도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지분율 또한 같은 기간 36%에서 32%로 내려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꾸준히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3000을 넘긴 뒤 횡보 중인 코스피지수가 추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