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내 전업 재보험사가 손해보험사들에게 사실상 경쟁 재보험사와의 거래를 막는 방식으로 계약을 유도한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강제성이 없더라도 결과적으로 경쟁을 제한했다면 공정거래법상 제한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5일 코리안리재보험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코리안리는 국내 유일의 전업 재보험사로, 1999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손해보험사들과 일반 항공보험 재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요율은 사전에 자신과 협의하고, 계약에 따른 모든 위험은 자신이 부담하도록 하는 조건을 붙였다. 이후 일부 보험사가 해외 재보험사와 직접 보험요율을 협의하자, 코리안리는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항의했고 해외 재보험사에는 거래 중지를 요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리안리의 이러한 행위가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7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코리안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계약이 자발적으로 체결됐다는 점 등을 들어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코리안리의 손을 들어준 기존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강제성이 없더라도 경쟁 제한 효과가 있다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며 “거래 상대방이 경쟁사와 거래하지 않도록 한 조건이 자발적인 합의였더라도, 그로 인해 시장 진입이 방해됐다면 공정위의 제재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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