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108.62

  • 8.70
  • 0.21%
코스닥

915.20

  • 4.36
  • 0.47%
1/3

정교한 계산, 풍부한 감성의 조화...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정교한 계산, 풍부한 감성의 조화...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음악은 멜로디와 화성 그리고 리듬의 조합으로 빚어지는 예술이자 과학이다. 뛰어난 수학자나 과학자가 음악적 재능을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리듬의 구조나 화성의 조합 등은 규칙이면서도 의도된 불규칙이 빚어낸 '예술'이다. 낭만주의 시대에는 극대화된 선율로 음악을 표현했고 근현대 음악은 리듬으로 빚어내는 음악의 또 다른 세계를 펼쳐 보였다.


    지난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OSR)은 이 두 가지 면에서 조화로운 기량을 보여줬다. 1부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함께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를 들려줬고, 2부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연주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낭만주의의 정점이라 할만한 곡이다. 가슴을 울리는 절절한 멜로디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의 화려한 기교를 요구한다. 2022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자로 감성과 기교 모두에 강점을 지닌 양인모가 협연자로 나섰다. 올해 29세인 그는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넘어, 보다 여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연주를 보여줬다.




    이 곡은 멘델스존의 대표작으로 음악 자체의 내면적 아름다움에 집중한 작품이다. 1악장은 서주 없이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이 동시에 등장한다. 바이올린의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로맨틱한 선율은 곡 전체를 장악하는 이미지다. 안단테(Andante) 템포의 2악장은 특히 섬세한 표현력이 중요한데, 양인모와 잘 어울렸다. 지휘자 조나단 노트는 왼손을 활발하게 쓰는 지휘자로, 소리를 증폭하고 우아하게 표현하는데 강점을 보였다. 양인모는 앵콜 곡으로 이자이의 바이올린 소나타 4번 2악장,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14번을 연주했다. 둘 다 깊이 있는 감성과 화려한 기교를 동시에 요구하는 작품. 앵콜 선곡으로도 양인모가 스스로 어떤 음악가로 정의하고, 본인의 강점을 어필하고 싶은지 느껴졌다. 그는 8월 말 영국 런던 BBC 프롬스 무대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유럽의 초대형 축제 무대에서 그의 강점이 어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부는 온전히 오케스트라의 장기를 선보이는 시간이었다. 조나단 노트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택했다. 불과 1세기 전 파리 초연 당시, 관객들의 야유와 소란으로 악명 높았던 작품. 자칫 합이 맞지 않으면 불협화음의 연속이 되기에, 노련한 곡 해석과 연주력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OSR이 스트라빈스키의 곡을 택한 건 악단의 시작점과 맞닿아있다. 이 악단은 지휘자이자 수학자인 에르네스트 앙세르메가 1918년 창단했다. 수학에 재능이 있던 앙세르메는 음악을 아름다운 수학으로 해석했다. 리듬이란 결국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 그는 리듬을 엄격하게 다루는 것을 넘어 세련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OSR는 이 같은 뿌리가 있는 악단이라 리듬을 중시하는 근현대 작곡가들에 특히 강점을 보여왔다. 그중 스트라빈스키는 그들의 주특기다. 스트라빈스키는 오랜 기간 서양음악사를 지배했던 멜로디의 시대에 작별을 고하고, 리듬의 시대를 연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이 곡에서 현악기는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타악기처럼 쿵쿵쿵 박자를 맞추며 생동감을 만들어냈다. 곡의 시작과 동시에 2D 영화가 갑자기 4D가 된 듯한 풍성한 사운드가 펼쳐졌다. 마치 영화의 클라이맥스에나 깔릴 법한 스펙터클한 음악이 라이브로 재현됐다. 조나단 노트는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악기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살리는 디테일한 지휘를 보여줬다. 열정적인 제스처로 리듬감을 강조하는 지휘는 이 곡의 자칫 우울할 수 있는 분위기에 활기를 더했다.

    특히 이번 내한에는 100명이 넘는 단원들이 참여한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동행했다. 현악 파트의 배치도 독특했는데 모두 50명이 넘는 현악기가 일제히 몰아칠 때 '봄의 제전'의 감동은 폭발했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는 "봄의 제전은 언뜻 굉장히 혼란스러워 보이는데,이런 완벽한 혼란을 만들기 위해선 철저하고 이성적인 계산이 필요하다"며 "오늘 조나단 노트의 봄의 제전이 딱 그런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