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뢰인에게는 전관 변호사를 포함해 ‘4명이 한 팀’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경력 짧은 변호사 한 명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구조입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전국 수십 개 분사무소를 운영하는 네트워크 로펌에 대해 한때 이곳에 몸담은 변호사 A씨가 6일 이같이 설명했다. 의뢰인은 거물급 전관 등이 낀 변호인단이 자신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고 값비싼 수임료를 지급하지만 정작 전관 변호사들이 사건에 직접 참여하는 부분은 적다는 얘기다.
◇네트워크 로펌 소비자 불만 ‘봇물’
네트워크 로펌은 최근 1~2년 새 로펌업계 매출 상위 10위권에 진입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의뢰인의 불만과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변호사마다 상담, 재판, 서면 작성 등 역할을 부여하고 기계처럼 반복 업무를 하도록 한 사업 모델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4년(2021~2024년)간 특정 로펌을 상대로 한 법률서비스 민원은 28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네트워크 로펌의 비중은 전체의 30%다. D사(49건), Y사(39건) 등 국내 대표 네트워크 로펌이 1, 2위를 기록했다. 주요 유형으로는 불성실한 법률 대리, 재판 미참석, 미흡한 대응 등이다. 의뢰인들은 “전관 변호사 얼굴도 못 봤다” “재판 변호사가 사건 내용을 제대로 모른다” 등 불만을 털어놨다.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 징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변협이 2022년부터 지난 5월까지 D사(13건), Y사(7건) 등 네트워크 로펌에 대해 징계를 결정한 건수는 20건이다. 이들 로펌과 매출·변호사 수가 비슷한 동인과 바른이 각각 0건, 1건인 것과 비교할 때 차이가 크다. 변협 관계자는 “징계로 이어지지 않은 진정까지 감안하면 네트워크 로펌을 향한 불만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 변협, 광고 규정 등 제재 나서
전국 군소 도시에 분소를 두고 동시다발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어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를 들어 울산에 사는 의뢰인이 대전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될 때 의뢰인 상담은 울산 분소에서 하지만 재판은 대전 분소가 맡도록 하는 등 개별 업무를 본사에서 지시한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지만 사건에 따라 변호사 간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그럼에도 네트워크 로펌의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어서다.
네트워크 로펌의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변협은 지난달부터 광고 규정 위반 등 명목으로 각종 제재에 나서고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의뢰인을 상품처럼 다루는 행태”라며 “수임 건수 등 규모 키우기에 치중하다 보니 변호사 역시 소모품처럼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 네트워크 로펌 관계자는 “네트워크 로펌이란 표현은 특정 로펌 구조를 차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변호사 간 팀을 이뤄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