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매우 쉽지 않은 게 분명하다”며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오는 8일까지 끝낼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각국 정상과 자주 만나 한국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얘기 자체가 (협상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관세 협상에 관해 뭐라고 대답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쌍방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호혜적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정의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방면에서 우리의 (관세 협상 관련) 주제를 매우 많이 발굴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까지만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고, 지난 4월 4일부터는 이미 10%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달 8일 유예기간이 끝나면 15%포인트의 관세를 추가하겠다는 방침이다. 9일 이후에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25%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과 별개로 정상외교의 폭을 넓히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든 한·일이든 한·중 정상회담이든 기회가 되면 (각국 정상과) 자주 다양하게 많이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은 무역과 국제 거래를 통해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금은 (수출) 시장이 편중돼 있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을 다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외교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 저변을 확대하면 우리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문화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수교 60주년을 맞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가깝고도 먼 나라이자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됐고, 미국과 특수 동맹을 맺는 등 군사적 측면에서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경제적으로도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과거사 문제를 청산하지 못했고, 서로 과거사 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며 “이런 갈등 요소도 있지만 이 두 가지를 뒤섞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김대중·오부치 선언처럼 한·일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하면 좋겠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고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대체할 새로운 선언에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대중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대북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어 “한·미 간 든든한 공조와 협의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겠다”고 했다.
김형규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k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