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01일 13: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시장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타이밍이 아니라 시간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미국 자산운용사 캐피탈그룹의 마이크 깃린 회장은 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공사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장기 투자에 충실해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깃린 회장은 '글로벌 금융시장과 투자 전략의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주제로 특별 강연에 나섰다. 그는 "수백 가지의 모델이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할 수 있지만, 현재의 구조적 변화는 단순한 모델로 설명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 직후 S&P500은 7주 동안 19% 하락했다가 그다음 7주 동안 다시 19% 상승했다"며 "이런 시장을 단기 매매로 대응하려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공포 대신 기회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4년에 7개 주요 종목이 S&P500 수익의 대부분을 견인했지만, 올해 들어 시장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며 "에너지 수요가 인공지능(AI)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증가하면서 유틸리티 산업이 수혜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AI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과대평가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획기적인 범용 기술이 될 것"이라며 "항공우주 및 방산, 그리고 규제 완화로 인해 수요가 증가한 은행업에서도 기회가 포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깃린 회장은 "'장기적인 시각'을 갖추기 위해 뛰어난 인재를 채용해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장기 성과를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운영 방식부터 고객과의 관계, 인센티브 구조, 조직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캐피탈그룹은 1년 실적이 아닌 8년 실적을 임직원의 보너스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깃린 회장은 "캐피탈그룹의 자발적 이직률은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이고,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평균 경력은 29년, 평균 은퇴 시점은 65세"라며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보장해주는 조직 문화 덕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펀더멘털과 무관한 트렌드가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핵심은 '파트너십'으로, '파트너'는 성과의 사이클을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신뢰한다"며 "반면 '벤더'로 보는 관점은 단기 성과로 판단하고 해지와 재계약을 반복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벤더 관계에는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며 "KIC처럼 장기 복리 성과를 목표로 하는 기관도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