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철근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7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42일간 인천 철근공장(연산 155만t)의 생산을 중단한다. 이에 앞서 충남 당진공장(연산 125만t)도 6월 29일부터 7월 15일까지 17일간 보수작업에 돌입해 사실상 ‘셧다운’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지난 4월에도 철근 감산을 위해 인천 공장의 문을 한 달간 걸어 잠근 바 있다.동국제강 역시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인천공장(220만t)의 불을 끈다. 동국제강이 단일 공장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인천공장을 셧다운하는 건 1972년 공장 가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잇달아 철근 공장을 닫는 것은 철근 유통 가격이 원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철근 가격(범용 제품인 SD400·10㎜ 기준)은 현재 t당 7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5, 6월은 건설 성수기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3년 전인 2022년 5월만 해도 철근 가격은 t당 118만원에 달했다. 철강업계에선 고철 가격과 전기료 등을 감안했을 때 철근 1t당 75만원을 원가로 보고 있다.
철근 가격은 건설 경기와 직결돼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착공 면적은 7931만㎡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7519만㎡)과 비슷했다. 최근 10년(2015~2024년)간 평균 착공 면적(1억1800만㎡)과 비교하면 67% 수준이다.
공사장마다 철근이 야적장에 쌓여 있다. 국내 철강업계의 연간 생산능력은 1246만t에 달하지만 올해 수요는 673만t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철근 수요가 800만t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사상 최악의 ‘철근 한파’가 닥치는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주요 공장의 가동률을 50~60%로 낮춰 놨음에도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8월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생산 중단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