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근본적인 반성과 다짐으로 국민의힘이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제 역할이 전당대회 출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를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보수 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건 우리가 윤석열 정권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고,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 추천으로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한 달 반가량 당을 이끌었다. 대선 패배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무감사’ 등 5대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구(舊)주류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와 관련, 그는 “이 당이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당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헌법 가치 실현 △국민주권 실천 △보수 혁신 △도덕성 확립 △세대 통합 등 ‘보수 재건’을 위한 6대 로드맵을 제안했다. 그는 “보수는 지난 정권의 불법적 계엄선포가 발생하기까지 여당으로서 대통령과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재탄생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자극적인 선동정치와 부정선거론 등 낡은 폐습을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제안한 당 혁신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혁신을 보이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송 원내대표께서 말씀하시는 혁신위의 방향성에 대해선 존중한다”면서도 “혁신위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안일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오는 8월께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신임 지도부를 향한 당부 사항도 전했다. 그는 “지금의 시대정신은 전임 정부와 확실하게 단절할 의지가 있고, 개혁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를 묻고 있다”며 “새 지도부는 탄핵의 강을 넘기 위한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