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한국형 미사일 방어시스템(KMD)의 ‘두뇌’에 해당하는 교전통제시스템(ECS)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눈’인 레이더에 주력하던 한화시스템이 LIG넥스원의 텃밭인 ECS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LIG는 이에 맞서 한화의 영토인 레이더 사업에 진출하는 등 맞불을 놓기로 했다.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방위사업청이 진행하는 다음 ECS 입찰에 뛰어들기로 했다. KMD는 이란·이스라엘 전쟁에서 주목받은 ‘아이언 돔’ 같은 대공 무기체계다. 우리 영공에 날아든 미사일 등을 요격하는 게 주 임무다. 그동안 KMD를 구축할 때 한화시스템은 미사일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레이더를, LIG넥스원은 탐지된 정보를 토대로 요격 여부 등을 판단하는 ECS를 전담해 왔다. 미사일 개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이 나눠 맡았다. 중동에 수출한 미사일 방어시스템 ‘천궁-Ⅱ’도 이들 회사가 각 분야를 담당했다.
한화시스템이 ECS를 수주하면 사실상 한화그룹이 한국 미사일 방공 체계를 도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2001년 KMD 개발을 시작한 이후 분업 구도가 깨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방산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여러 분야에서 영역 침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