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명 위기에 처한 베트남 직원에게 수술비용은 물론 서울까지 왕복하는 항공권까지 전액 지원해준 회사가 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 중 당뇨망막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직원을 위해 회사가 전액 비용을 제공해준 것.
이 회사는 신발 제조업체 창신INC다. 1995년 베트남에 생산법인을 설립한 창신INC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24년 전부터 베트남 직원들을 위해 건강검진과 백내장 수술 등을 지원해왔다. 창신INC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직원들과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진심을 다해 직원들을 대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직원은 2008년 창신INC 베트남 법인에 입사한 레 티 흐엉(Ms. Le Thi Huong) 씨다. 회사가 운영하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에서 당뇨망막병증 진단을 받았는데 고혈당으로 인해 망막까지 손상돼 자칫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창신INC는 수술비는 물론 항공비 등 모든 경비를 전액 부담해 흐엉 씨가 한국에서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수술 후 시력을 회복한 흐엉 씨는 "창신INC가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줘서 너무 감사하다"라며 "빛을 다시 볼 수 있어 감격스럽고 제 사례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흐엉 씨의 당뇨망막병증이 이렇게 조기에 발견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바이오기업 레티마크(RetiMark)가 개발한 AI 기반 조기 진단 프로그램을 활용한 건강검진 덕분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창신INC 베트남 법인은 당뇨 환자가 많은 베트남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직원 건강 증진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연 2회 정기 혈당 검사를 포함한 당뇨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위험군을 조기에 파악하고, 사내 식당에서는 당뇨 환자를 위한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며 일상 속 건강 관리를 돕고 있다.
직원들의 건강 증진에도 다각적으로 힘쓰고 있다. 선제적 당뇨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연 2회 혈당 검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대상자들에게는 전문적인 의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한국까지 못 오는 직원들을 위해 현지 백내장 수술도 2001년부터 지원해왔다. 베트남 동나이 종합병원과 협력해 직원과 가족, 지역민을 대상으로 백내장 수술 지원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시력 저하가 당뇨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주목해 당뇨망막증에 대한 조기 진단과 예방 중심의 지원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올 5월에는 동나이 병원에 최신 안저 카메라 장비를 기부하며 지역 의료 환경 개선에도 기여했다. 안저 카메라는 망막과 시신경, 혈관 등이 포함된 안구의 내부를 촬영해 당뇨망막증, 녹내장 등 다양한 안구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의료 기기다.
부산 사하구에 본사를 둔 창신INC는 1994년 베트남 동나이성에 첫 해외법인을 설립하며 해외에 진출, 현재 중국과 인도네시아(2곳) 등 4개 해외법인을 운영 중이다. 약 7만 2000여 명의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글로벌 신발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1981년 창립한 이 회사는 업계 최초로 도요타 생산방식(TPS)을 도입하는 등 신발업계에서 제조 혁신을 이뤄왔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